[뉴욕마감]추모 분위기 끝 약보합
[상보] "미국 주식시장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테러 사태 1년을 맞는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애국 매수'에 힘입어 4일째 오름세를 이어가는 듯 했다. 추모 행사로 매매는 적었고, 투자자들이 '팔자' 주문을 꺼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날 예정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유엔 연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의회 증언에 대한 부담감으로 막판 20분을 남기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애국 매수가 한계를 드러낸 것은 다소 아쉬움이 될 수 있으나 현실로 곧 복귀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기도 하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결국 21.44포인트(0.25%) 떨어진 8581.17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4.60포인트(0.35%) 하락한 1315.49를, S&P 500 지수는 0.12포인트(0.01%) 내린 909.45를 각각 기록했다. 3대 지수는 상승세를 4일로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증시는 예정보다 늦게 열렸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거행된 추모 행사가 지연되면서 뉴욕증권거래소는 개장 시점을 오전 11시에 낮 12시로 다시 늦췄다. 나스닥은 사전에 설정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전 11시 문을 열었지만 매매는 활발하지 않았다. 이날 거래량은 뉴욕 증권거래소 8억2600만주, 나스닥 10억4900만주에 그쳤다. 두 시장 모두 오른 종목이 내린 종목을 조금 웃돌았다.
이런 한산함은 뉴욕 증시 역시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불과 4 블록 떨어진 뉴욕 거래소는 1년 전 참사로 4일간 문을 닫아야 했다. 플로어에 있는 브로커나 트레이더들은 성조기 문양의 넥타이 등을 매고 희생자를 기렸다.
이날 장 마감 무렵까지 상승세가 유지된 것은 애국 매수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월드 증권의 플로어 보로커인 제니퍼 윌리엄스는 "애국 랠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바로 그게 보였다"며 "이 것이 미국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9.11 1주년 행사를 앞두고 상당한 걱정이 있었으나 순조롭게 마감되면 투자자들이 미래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거래소 플로어에서 개장 시황을 전한 CNBC 방송의 앵커 마리아 바티로머는 "이 곳의 분위기가 좋다. 동지애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1년 전 플로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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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발표된 FRB의 베이지북에서 경제 회복세가 둔화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현실은 녹녹치 않다. 베이지북은 12개 연방은행이 집계한 경기동향 보고서로, 2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 결정에 참고가 된다.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 7월 말 이후로 제조업 부문이 침체되고 추가 고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등 경제회복세가 둔화됐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와 주택 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회복세를 지탱하고는 있으나, 기업들이 생산을 확대하거나 인력을 늘리고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추가 테러 위협과 이라크전 우려 역시 단기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테러 펜타곤 청사에서 거행된 추모식에 참석, '테러 전쟁'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며 이라크에 대한 무력 응징의 각오를 다졌다.
업종별로는 금융, 생명공학, 컴퓨터 등이 약세를 보였고 반도체 항공 등은 강세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15% 상승한 301.76을 기록, 300선을 회복했다. AMD, KLA-텡코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제외한 13개 종목이 상승했다. 인텔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각각 0.9%, 1.4% 올랐다.
개별 종목 가운데는 하니웰이 새로운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로 손실이 예상되면서 5.5% 급락했다. 이는 다우 지수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기술주들은 인텔과 노키아의 강세에 편승했다. 전날 매출 부진 경고를 했던 노키아는 메릴린치가 매출 및 순익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데 힘입어 5.3% 상승했다. 야후와 SBC커뮤니케이션은 공동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각각 2.4%, 3.9% 상승했다.
타이코 인터내셔널은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는 소식에 11% 급등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역시 1% 올랐다.
한편 채권은 하락했고, 달러화는 상승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058%로, 30년물의 경우 4.882%로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120.42엔으로 전날의 119.92엔보다 올랐다. 유로화는 95.53센트에서 97.47센트로 소폭 하락했다.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는 미국의 추모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데 따라 상승했다. 프랑스 파리의 CAC40지수는 전날보다 97.38포인트(2.95%) 급등한 3397.02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는 90.00포인트(2.58%) 뛰어오른 3584.69로 마감했다. 영국 런던의 FTSE100지수는 35.20포인트(0.84%) 상승한 4210.70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