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부시가 좋은 이유 한가지

[광화문]부시가 좋은 이유 한가지

박형기 기자
2002.09.12 12:40

[광화문]부시가 좋은 이유 한가지

머니투데이 출범 3년. 국제부 전원이 야근을 한 적은 딱 두 번이다. 정확히 1년 전 발생한 9.11테러와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다.

한 달여를 끈 재개표 당시 기자는 왠지 정이 안가는 고어보다 허점투성이지만 인간의 냄새가 물씬한 부시를 응원했다. 그러나 워싱턴 특파원 출신 한 선배는 "부시가 당선되면 큰 일 난다"고 단언했다. 이후 기자는 정말 `나이브'하게 판단했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했다.

그 선배의 예언대로 부시는 당선 이후 일방주의 외교를 펼쳤다. 도쿄의정서 탈퇴, 대아프칸 전쟁에 이어 이란 이라크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 봄기운이 무르익던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왔다. 부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이라크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아프간 전쟁은 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을 징치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은 명분이 약하다. 빈 라덴(사우디 출신)과 이라크는 `동족'이라는 사실 이외에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북한이 테러의 배후라면 동족인 남한도 치겠다는 발상과 다를 것이 없다. 오죽했으면 미국 외교의 총사령탑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 우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을까.

부시가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동안 미국 경제는 멍들고 있다. 9.11 이후 국방비 팽창, 세금 감면 등으로 미국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4%를 훌쩍 넘어서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다.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외국인 투자로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달러는 약세로 반전했다. 80년대 약한 미국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적자와 약한 달러가 어느 틈엔가 슬그머니 부활한 것이다.

이를 웅변하듯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명물, `적자 시계'가 다시 켜졌다. 적자시계는 미국의 재정 적자액을 표시하는 거대한 디지털 시계다. 80년대 말 설치된 이 시계는 2년 전 미국 재정이 흑자로 반전되자 일단 멈췄다. 그러나 부시 정권 출범 이후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 지난 7월부터 임무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부시가 입만 벙긋하면 주가가 하락한다 하여 부시의 베어마켓(증시의 침체장)등 여러가지 신조어가 생겼다. 그중 압권은 ‘더비야의 더블딥(dubya's double dip)'이다. 더비야는 더블유(W)의 텍사스 사투리로 이니셜이 `W'인 부시를 지칭한다. 텍사스 촌놈 더비야가 야기한 이중 경기 침체라는 말이다. 빈 라덴이 세계무역센터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미국경제에 대한 응징 차원이었을 터. 그가 살아 있다면 얼마나 흐뭇해하고 있을까.

그러나 부시가 전혀 쓸 모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부 데스크에게 부시는 마르지 않는 `기사의 샘'이기 때문이다. 기사가 궁할 때, 부시만 연결시키면 언제든지 기사가 된다. 부시가 아니었으면 그 넓은 국제면을 어찌 채울꼬. 미국 경제가 거덜나건 말건, 부시 부디 재선에 성공하시고, '정운(政運)장구'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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