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소매금융 불패신화`

[광화문] `소매금융 불패신화`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박종면 기자
2002.09.30 12:25

[광화문] `소매금융 불패신화`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소매금융의 확대다. 부실기업에 대한 협조융자와 자산 부실화, 공적자금 투입과 예금보험공사의 금융부실 문책 등으로 기업금융에 신물이 난 국내 금융사들은 외환위기의 부산물로 주어진 자율화 국제화의 공간을 가계금융을 확대하는 데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한국의 소매금융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8월말 기준 은행 보험 신용카드 저축은행등 금융권의 개인대출 잔액은 380조원으로 총대출의 6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금융의 꽃이라는 신용카드시장은 이용액 기준 2000년 100조원, 2001년 200조원, 2002년 6월에는 330조원으로 늘어났다.

 

소매금융의 확대는 국내 금융사들에 '단군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과실을 안겨줬다. 외환위기에 빠지면서 5년 연속 적자의 늪에 헤어나지 못했던 은행들은 지난해 결산에서 5조원의 순익을 냈고 올해는 8조원 이상의 순익이 예상된다. 신용카드사들도 지난해 2조5000억원, 올해도 3조원 가까운 순익을 낼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은 최근 들어 소매금융의 확대에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주요 은행과 신용카드사의 주가가 급락하는가 하면 가계대출 부실이나 신용카드 매출의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자산 부실화의 첫 시그널이라 할 수 있는 대출금 연체율이 최근들어 급상승하고 있다. 6월말 기준 전업 카드사의 연체율은 평균 7.9%이고 은행 카드부문 9.4%, 상호저축은행 소액대출 16.3%, 할부금융사는 20%를 넘어섰다.

 

97년 외환위기때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25%까지 폭증했음에도 자산이 부실화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없지 않지만 경기가 크게 나빠진 것이 아닌 데도 금융사들의 연체율이 두자리수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폭발적 자산증가 뒤에는 신용리스크가 온다는 것은 금융의 상식이다. 90년대 들어 국제금융업무가 수익원으로 부상하자 은행, 증권사에 이어 종금사, 리스사까지 뛰어들었고 이것이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소매금융이 돈벌이가 된다니까 은행 신용카드사에 이어 보험사가 나서고 저축은행, 할부금융사가 뛰어들고 일본계 사채업자와 새마을금고까지 대금업이라는 이름으로 가세해 이전투구를 벌인다면 그 시장은 한계에 이르렀다고 봐야한다. 한국의 소매금융 비중 60%는 미국(55%) 독일(60%) 등 선진국 수준과 맞먹는 수치다. 국내 소매금융시장도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미국 신용카드업계에서 랭킹 5위인 프로비디언 파이낸셜은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현재 파산직전에 놓여있다. 신용상태가 불량한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발급했고 그 결과 경기가 둔화되면서 연체와 부실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사 경영자들은 아직도 '소매금융 불패신화'에 빠져 있지만 미국의 신용카드사 프로비디언은 소매금융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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