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재벌의 양극화

[광화문]재벌의 양극화

우원하 부장
2002.10.07 12:59

[광화문]재벌의 양극화

지난 주말 서울에서 열린 `한국경제-위기를 넘어서'라는 국제학술 대회에서 국내외 석학들은 `한국에 경제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외환위기이후 개선된 한국의 거시경제지표들은 구조조정으로 경제가 강해졌다기 보다는 단기적인 재정확대와 근시안적 경제정책에 따른 일시적 회복일 뿐'이라는 것이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논거다.

기업실적 호전은 `개선된 거시경제지표'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실적 호전이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우리 경제를 바로 보는 중요한 단서다.

호전된 기업실적이 기업들의 경쟁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초유의 저금리와 외환위기 전에 비해 달러당 500원 가량이나 높아진 원/달러 환율때문이라는 주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2년 상반기 517개 상장 제조업체의 순이익이 17조7000억원이었으나 1996년의 환율(달러당 783원)과 금리(연 11.2%)를 적용해 기업들의 순이익을 다시 계산해보면 흑자는 커녕 18조1000억원의 적자를 보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삼성 LG 자산 3~10위보다 많아

이는 무서운 이야기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들이 엉겁결에 흑자를 보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는 다 망할 회사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반론도 있다. 적자 추정은 현실과 다른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며 저금리와 환율도 숱한 구조조정을 겪은 지금이 정상이지 외환위기전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좋다. 그렇다고 넘어가자.

그러나 다음에는 더 무서운 문제가 기다린다.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3개 회사의 순이익은 517개 상장사(금융제외) 전체 순이익의 34%를 차지한다. 유례없는 기업들간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장제조사 중 10대 기업의 실적만 합치면 매출면에서는 30.0%, 영업이익은 51.2%, 순이익은 56.1%를 차지한다. 상위 2% 기업들이 나머지 98% 기업들이 올린 순이익을 12%나 초과하고 있다.

◆경제권력 집중 사회흐름 좌우

기업들간 양극화는 재벌간 양극화 현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재계순위 1,2위인 삼성과 LG의 자산총액 합계는 221조원(삼성 150조원, LG 71조원)이다. 3∼10위 재벌들 자산을 합치면 총198조원이다. 11위 이하 재벌은 자산총액이 각각 10조원대 안팎으로, 20위권 밖으로 나가면 각각 4조원대로 떨어진다.

이같은 재벌의 양극화는 두가지 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우선 경제권력의 집중이 낳을 폐해가 문제다. 글로벌 개방 경제에서는 기업집중과 독점이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거대 재벌이 이 나라 주류사회의 흐름까지 좌우한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두번째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음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우려다. 일단은 선도 재벌들의 순항과 그 뒤를 따르는 재벌들의 분발을 바랄 도리 외에 대안이 없다,

아무래도 한국경제는 바람을 많이 탈 구조로 가고 있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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