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바닥이 다는 아니다
15일(현지시간) 미증시가 급등하며 4일째 랠리를 이어가자 일부에서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낙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바닥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외신이 전하는 최악의 바닥은 3600이다. 3600선을 처음 주장한 인물은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메타포'(비유) 수준이다. 그는 지난 7월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다우 3만6000이란 베스트셀러를 기억하느냐”고 물은 뒤 "다우는 이 책의 제목에서 앞의 `3'을 빼거나 뒤의 `0’이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즉 6000이 되거나 3600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잊혀져 가던 3600선의 불을 다시 지핀 것은 미국의 경제 잡지 포춘이다. 포춘은 최근호(10월28일자)에서 비관론자들을 인용, 다우지수가 360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15일 현재 다우지수는 8255포인트. 앞으로 60% 가량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극단적 비관론이다.
이에 비해 합리적 비관론자들은 다우지수가 많이 빠졌지만 역사적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가장 정확히 예측, 블룸버그 통신으로부터 올해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된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증시는 경제의 기초 여건(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현재 미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으로 역사적 평균치인 14~16에 근접, 거품이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그러나 펀더멘털은 이 같은 주가수준을 합리화하기에 역부족이다. 손씨는 미국경제가 이번 4분기에 0.25% 성장하는 데 그쳐 이중침체를 겨우 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바닥이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주가가 바닥을 쳤지만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닥을 최고의 호재로 여기는 것은 급반등 기대 때문이다. 87년 10월 19일 하룻동안 다우지수는 22.6% 빠졌다. 그러나 그해 다우지수는 2.26% 상승, 마감했다. 이후 `바이 앤 홀드'(buy & hold)란 뉴욕판 고사성어가 탄생했다. 바닥에 사서 보유하고 있으면 주식은 오르게 돼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대세상승기에 바이 앤 홀드라는 3단어 문장은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보다 더 많이 쓰였다고 금융사가들은 풍자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미증시가 2년 이상 하락한 경우는 모두 4번이다. 그중 침제의 정도가 심했던 경우가 39~41년, 73~74년이다. 15일 현재 다우지수는 2000년 1월 대비 30.90% 빠졌다. 39~41년의 31.02%와 비슷한 수준이다. 73~74년은 두해 연속 하락에 그쳤지만 하락률은 가팔랐다. 이 기간 다우는 44.13%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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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증시가 상승보다는 하락 리스크가 더 크다는 점에서 73~74년과 가장 유사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실제로 두 침체장은 중동 긴장, 경기 침체, 신기술에 대한 환상(당시에도 제록스 폴라로이드 등의 주식이 급등했었다) 등 비슷한 점이 많다. 미증시가 73~74년 침체장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10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