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건축,시공사선정 `조급증`

[기자수첩]재건축,시공사선정 `조급증`

원종태 기자
2002.12.17 15:40

[기자수첩]재건축,시공사선정 `조급증`

최근 재건축 단지마다 붐을 이루고 있는 시공사 선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자칫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다가 내년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유는 이렇다. 내년 7월1일부터 새롭게 시행예정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앞으로 재건축 시공사 선정은 사업승인 이후로 상당기간 늦춰진다. 그런데 올해 8월9일 이후에 시공사를 결정한 단지는 내년 6월30일전까지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야만 시공사 선정이 유효해진다. 만약 이 기간내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면 새 법에 맞게 사업승인 후 시공사를 재선정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공사 선정을 서두르는 재건축 단지 치고 내년 상반기 중 조합설립 인가를 받을 만한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수천만원의 돈을 써가며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뽑아봐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식 인증도 받지 못하는 상품(시공사)을 왜 이렇게 일찍 구입하려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본말이 뒤바뀐 일처리'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시공사 경쟁력에 대한 검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독입찰로 시공사가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조합측이 수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수천억원 규모의 시공사 선정에서 아예 경쟁 상품조차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공사비 등 여러 조건이 그대로 조합원 부담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새 법에서 시공사 선정시 단독입찰을 배제하고 경쟁입찰을 도입한 것도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왜 조합측은 이런 모순속에서도 시공사 선정을 서두를까. 재건축 초기 절차를 조합 스스로 꾸려나가기엔 자금과 업무능력이 너무 부족해서다. 새 법 시행을 앞두고 무리한 시공사 선정이 불러올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합과 정책 당국이 좀더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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