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용)[기자수첩]또 우롱당한 하이닉스 주주
한 정당의 '차등감자' 공약으로 상한가로 올랐던 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만에 약세로 미끄러졌다. 모처럼 꿈에 부풀었던 하이닉스 투자자들은 다시한번 울었다. 채권단이 21대 1 균등감자를 결의한 후 실의에 빠져있던 소액주주들은 ‘차등감자’ 공약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으나 시장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증권시장은 깊은 상처를 들쑤신 듯 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표심 잡기용”이라고 직언을 했다가 하이닉스 투자자들의 원망에 곤욕을 치렀다. 그 기사를 실은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투자자들이 오죽했으면 애꿎은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을 원망할까.
안타깝게도 하이닉스 투자자들은 자꾸만 헛된 꿈에 휘둘리고 있다. 지난 10월17일 '선(先)정상화' 발언이 전해질 때도 590원까지 줄달음쳤지만 이달초 다시 310원까지 48% 급락한 전력이 있다.
'차등감자' 공약은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실행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그 공약을 내놓은 당이 대선에서 승리, 집권한다해도 채권단에 ‘차등감자’를 강요할 수 있을까. 한 기업의 소액주주의 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경우 끄덕하면 제소하겠다고 덤비는 미국 반도체업체가 가만 있을 리 없다. 반대로 집권하지 못하면 실행 가능성은 더 기약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당들은 대선을 며칠 앞두고 한 표라도 아쉬운 입장이다. 하이닉스 소액주주가 무려 30만~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그 표가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정도 표면 승부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짜가 없다는게 세상사 이치일 것이다. 주식투자자들은 하이닉스 소액주주를 포함해 220만명에 달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