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위와 규개위의 파열음
규제개혁위원회가 또 금융당국의 발목을 잡았다. 규개위는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의 카드회사 건전성 강화대책에 대해 과잉규제라며 제동을 걸었다. `딱지'를 놓은 정책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카드사의 연체율과 당기순이익을 부실금융기관 지정요건인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금서비스 한도 중 사용하지 않은 한도액에 대해서도 1%의 대손충당금을 의무적으로 쌓도록 하는 것이다. 두 방안 모두 카드사의 과당경쟁과 카드발급 남발에 따른 부실화를 막기 위한 핵심 조치다.
그러나 규개위는 카드사에 대해서만 연체율과 손익상황을 부실판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고, 서비스 미사용 금액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판정에 발끈하는 것은 당연하다. 금감위 관계자는 "우리는 정책을 입안할 때 시민단체와 카드사, 카드이용자 등 거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하지만 규개위는 정책 시행의 대상인 카드사의 주장만 받아들인다"고 성토했다.
규개위가 금감위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규개위는 지난 6월 신용카드 모집인 등록제가 포함된 여신전문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법적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려했다. 지난해 7월에는 카드회원 길거리 모집을 금지하는 내용의 감독규정을 마련하려 했으나 규개위 반대로 무산됐다. 이 방안은 결국 1년뒤 도입돼 현재 시행중이다.
같은 정책을 놓고 한쪽에서는 꼭 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하고 또 한쪽에서는 불필요한 과잉규제라고 맞서는 공방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정책에 양면성이 있어 수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감위와 규개위의 엇갈린 행보가 반복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가계부채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 상황에서 대책마련에 마음이 급한 금융당국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급하다고 이런저런 규제를 자꾸 만들어내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가 될 수 있다. 더구나 과도한 내수경기 부양과 저금리 정책에서 촉발된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기관에 대한 과잉 행정규제로 막아내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