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쯤>수첩=말로만 토론문화
모든 길은 `인수위'로 통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 기사가 신문을 도배하고 있다. 활동한지 20여일동안 관련기사가 무려 500건이란다. 하루 25건씩 기사가 실렸다는 얘기다. 변화에 대한 국민열망과 `확 달라진'새 시대를 만들고 말겠다는 인수위의 강한 의지 등을 생각하면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정책들이 쏟아지고, 인수위의 `튀는' 언행과 공무원들의 `눈치보기'가 드러나면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는 옛말이 씁쓸하게 떠오른다.
지난 주에는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장승우 기획예산처 장관의 조찬 강연회가 잇달아 열렸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를 이끌고 있는 핵심인사들이 "올해는 이런 일들을 하겠노라"고 운용방향과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각 부처의 포부와 신선한 정책들을 기대하며 이른 아침부터 달려갔지만 실망이 더 컸다. 장관들은 한결같이 "인수위와 협의해 공약들을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인수위 발로 이미 보도된 정책들만 되풀이했다. 경제흐름에 불안한 단절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위의 의중을 살피려는 공무원들의 태도를 탓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인수위의 구미에만 맞추려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관료들의 저자세는 "공약을 심사하지 말라"는 노 당선자의 경고가 나온 다음부터 두드러졌다. 그전에는 소신껏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반론도 주저하지 않더니 순식간에 꼬리를 감췄다.
노 당선자가 강조한 ‘토론 공화국’은 옳다. 그런데 토론은 상대방을 평등하게 인정하고 서로 마음을 열 때 가능하다. 인수위와 공무원 모두 제대로 된 토론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세를 재정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