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시의 변심은 무죄

[기자수첩]부시의 변심은 무죄

이웅 기자
2003.01.21 12:56

[기자수첩]부시의 변심은 무죄

여자의 변심은 무죄. 그렇다면 부시의 변심은 어떨까. 최근 이라크를 둘러싼 중동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라크전이 이제 선택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엔 '후세인 망명설'의 역할이 크다.

대표적 강경파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주말(19일) TV에 출연, 사담 후세인을 비롯한 이라크 정권 수뇌부가 해외로 망명할 경우 전쟁범죄에 대한 면책권을 줄 수 있다고 밝혀 변화된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같은 날 "이라크 지도부의 망명을 통해 이라크의 정권 교체를 달성할 수 있다"며 맞장구를 쳤다.

부시와 백악관의 갑작스런 심경 변화는 어디서 연유한 걸까. 대략 3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첫번째는 외압설이다. 유엔 무기사찰단의 사찰기간 연장 요청과 함께 프랑스 독일 등 우방국들이 전쟁에서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내 반전 여론까지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압력이 내년 선거를 앞둔 부시로 하여금 무리한 전쟁보다 합리적 해결을 선택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내압설'로 정국의 주도권이 군수자본을 등에 업은 매파에서 에너지 자본을 대변하는 비둘기파로 넘왔다는 추론이다. 에너지 업체들은 전쟁으로 인한 유전 파괴를 우려, 후세인만 `찍어내는' 해결을 원하고 있다.

세번째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걸프 지역 병력을 최대로 증강,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후세인만 떠나면 만사 OK'라는 소문을 흘려 후세인과 지지세력을 이반시키려는 전략이다.

어느 쪽이든 후세인이 제 발로 이라크를 떠난다면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악의 축'을 뿌리뽑는 전과를 올릴 수 있다. 이는 이라크와 인근 아랍국가들은 물론, 테러 공포에 마음을 놓지 못하는 미국인과 유가에 경제의 발목이 잡힐까 노심초사하는 전세계가 환영할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이렇게만 된다면 부시의 변심은 무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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