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전의 에너지 낭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앞 밤 9시. 강남 번화가인 이 일대는 매일 밤 휘황찬란한 불빛들로 눈이 부실 정도다. 특히 이곳 터줏대감인 무역협회(코엑스)와 한국전력은 건물 치장도 모자라 주변 나무숲과 가로수들을 형형색색의 꼬마전구로 감고 환상적 야경을 연출한다.
같은 시간 과천 정부청사. 석유.전기.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문제를 책임지는 산업자원부는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특근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고조와 베네수엘라 석유노조 총파업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지난 2000년 11월 이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에너지 수급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국가 LNG수급에 경고음이 울린 것은 지난해 10월. 이는 전체 LNG소비의 30%를 차지하는 발전소들이 가스공사에 낸 연간계획 물량보다 소비를 많이 하면서 재고가 바닥을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올들어 LNG의 1일 평균 도입분량이 8만여톤으로 1일 소비량(7만8000톤)을 겨우 웃돌아 수요공급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LNG의 추가현물 도입비가 껑충 뛰었음은 물론 현물도 부족해 LNG발전소의 연료를 값비싼 등유와 경유로 전환했다. 이 같은 원가 부담은 언젠가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게 뻔하고 한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산자부는 21일 에너지절약 홍보를 강화하고 승용차 10부제나 카풀 등 국민의 자발적 소비절약을 촉구하는 에너지절약 시책을 발표했다. 때 되면 들춰내는 국민의 자발적 에너지절약책 이전에 에너지당국과 한전이 실천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