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조인 사외이사 뭘했나
검찰은 얼마전 상장사 기라정보통신의 전 최대주주 3명을 잇달아 구속했다. 최대주주 중 한 사람은 회사 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수법으로 67억원을, 그 전 최대주주이던 두 사람도 관계사에 회삿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각각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최대주주들이 돌아가며 회삿돈을 빼가는 마당에 회사가 멀쩡할리 없다. 회사는 이미 최종부도를 맞고 상장폐지가 확정된 상태다. 주가는 200원으로 떨어져 정리매매까지 끝나면 완전히 휴지조각이 된다.
최대주주들이 기라정보통신의 회삿돈을 횡령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이 회사가 지난 2001년 2월21일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 전자공시에 `최대주주 등을 위한 채무공시'를 한 것을 보면 166억원의 손실을 냈으면서 최대주주 등에 235억원의 담보를 제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1년이 넘게 계속 자금이 유출되는 것이 방치됐다.
이들의 비리가 밝혀진 것도 우연에 가깝다. 서울지검 동부지청의 한 검사가 경제사범에 대해 기획수사를 하던중 기라정보통신의 부도 경위를 파악하다가 위법사실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더욱이 기막힌 것은 이 회사의 사외이사 명단에 판사 출신의 유명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이름이 올라 있다는 것이다.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3명의 기업사냥꾼이 돌아가며 상장사 하나를 거덜내는 동안 감독당국, 거래소, 법조인인 사외이사는 뭘했나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코스닥기업 포커스도 불과 1년만에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100억원 이상의 회삿돈이 유출됐다. 최대주주 한 명이 구속되면서 기업사냥꾼들의 거덜내기가 끝나기는 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불법으로 발행된 어음들이 돌아오는 바람에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
관계당국은 자신들의 몫인 기업범죄까지 "공시를 보고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라"고 책임을 미루고 있지 않은 지 반문해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