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상보] "급락은 피했다." 미국 주식시장이 초반 급락을 극복하고 29일(현지시간)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라크 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으나 악재가 모두 노출됐다는 일종의 안도감이 저가 매수세를 이끌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예상대로 금리와 정책기조를 유지했다. 증시가 앞서 이라크 전 우려로 주요 지지선이 붕괴되는 등 과매도 상태에 놓인 점도 반등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출발은 급락세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날 밤 연두교서를 통해 이라크 공격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선전포고나 공격 일정을 명시하지 않았으나 필요하면 우방의 지원없이 이라크를 무장해제 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내달 5일 이라크 무장해제 거부,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 등을 설명하겠다며 안보리 소집을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미시건 연설에서 "치료 요법으로 사악한 마음을 돌릴 수 없다"며 대 이라크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에 놀라 아시아 증시는 하락했고, 유럽 증시도 초반 약세를 보였다. 미 증시도 다우 지수 8000선이 다시 무너지는 등 급락했다. 그러나 개장 1시간이 지나면서 오름세로 방향을 잡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폭을 키웠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21.87포인트(0.27%) 오른 8110.71로 마감했다. 오름폭이 크지 않았지만 일중 저점에서 150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장중 랠리를 펼쳤다. 나스닥 지수는 15.93포인트(1.19%) 상승한 1358.11을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5.82포인트(0.68%) 상승한 864.37로 장을 마쳤다. 증시가 이틀째 상승한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증시와 달리 전쟁 우려는 다름 시장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유가는 급등,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3월 인도분은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96센트(2.9%) 오른 33.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또 채권과 달러화는 하락했다.
FRB는 이날 오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하고, 정책 기조도 '중립'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수준이다. FRB는 "유가 상승과 다른 지정학적 위험이 투자와 고용을 억제하고 있다"며 "그러나 그 위험이 걷히면 확장적인 통화정책, 생산성의 지속적인 상승 등이 경제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RB 발표 직후 연방 기금 선물은 하락, 오는 3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졌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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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라크 전 우려 등으로 경기 하강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부는 30일 발표되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제로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증시가 과매도 상태에 있으나 지속적인 상승을 낙관하기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업종별로는 정유, 반도체, 제약 등이 강세를 보였고, 금과 항공은 하락했다. 반도체는 장비업체를 중심으로 투자 의견이 상향된 게 힘이 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01% 상승한 290.65를 기록했다.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UBS워버그가 주가 수준을 들어 투자 의견을 높인데 힘입어 3.8% 올랐다. 노벨러스 시스템즈도 전날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발표한 후 이번 분기 전망을 상향 조정, 7.3% 상승했다. 메릴린치는 노벨러스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3.3% , 경쟁업체인 AMD는 6% 각각 올랐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5억 달러 규모의 전환사태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게 재무구조 악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4.5% 상승했다. 반도체 주의 강세에 편승, 마이크로 소프트와 델 및 휴렛팩커드 등 컴퓨터 관련주들도 동반 상승했다.
최대 정유업체인 엑손 모빌은 푸르덴셜이 업종에 대해 '시장수익률 하회'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높인 가운데 3.9% 상승했다. 푸르덴셜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떨어졌다며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경쟁업체인 쉐브론 텍사코도 4% 올랐다.
미 지역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존은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데다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부문의 상장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하면서 4% 상승했다. 반면 크래프트 푸드는 4분기 순익이 70% 급증했으나 올해의 경우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 13% 급락했다.
이밖에 부시 대통령이 전날 전기 자동차 개발에 12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연료 전지 제조업체들이 강세를 보였다. 플러그 파워는 6%, 밀레니엄 셀은 4% 각각 상승했다.
한편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 15억7800만주, 나스닥 14억8700만 주 등으로 전날보다 늘었다. 두 시장에서 오른 종목의 비중은 각각 59%, 66% 등으로 높지 않았다. 투자 심리가 조심스럽다는 방증이다.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 증시는 런던이 약보합세를 보였으나 파리와 프랑크 푸르트는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