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시평]중국경제가 두려운 이유
얼마전 홍콩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호텔근처의 거리를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꽤 많이 북적대는 잡화점에 들어가서 쇼핑을 한 적이 있었다. 어지러울 정도로 빼곡이 진열된 물건들은 종류는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엄청나게 싸다는 것이었다. 라디오부터 학용품까지 쇼핑바구니 가득 물건을 주워담다시피 하고 계산한 총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원정도. 우리나라에서라면 2-3배는 더 돈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호텔방에 와서 제품들을 들여다보았다. 모두가 `made in China'였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중국의 저가품공세에 경공업중심의 동남아시아 국가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시작되었다는 중국발 외환위기설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 얼마전 삼성전자의 CEO가 우리에게 충격적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우리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일부 첨단산업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지금은 이동통신 2~3년, 반도체 6~8년,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는 3~4년에 이르지만 2006년에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제조공장으로만 여겨졌던 중국이 이제 전세계 연구개발센터로의 위치까지 부상하면서 기술추격 속도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경공업과 중화학까지 넘어서 첨단 기술산업까지도 중국의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16차 당대회에서 오는 2020년까지 GDP를 2000년의 4배로 증가시키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이 4조8000억 달러로서 거의 5조달러에 육박한다. 5조달러는 의미 있는 숫자이다. 현재 세계경제내에서 미국은 국내생산 10조달러로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위는 일본으로서 약 4조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불황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3위 독일도 통일의 후유증으로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수출이 부진을 보이면서 1조 8000억 달러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은 20년내에 이들을 제치고 총경제규모기준 세계 2위 자리를 차지하여 미국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2위 달성과정이 두려운 것은 미국처럼 1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앞질러야 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미 동남아 위기 때 나타났듯이 주위국가들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년 뒤 우리 경제의 모습은 무엇인가? 동북아 중심 경제인가? 어짜피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제가 동북아정도가 아닌 동양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 동북아 중심국가라는 표현은 어쩐지 초라하다. 결국 중국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되 일부 산업의 기술력우위를 계속 유지하여 이를 바탕으로 한 중국과의 공존관계를 전제로 한 전략이 우리의 발전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금융부분에 상당 부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향후 홍콩에서 상하이로 금융의 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원심력이 작용할 경우 세계적 금융기업들을 한국에 유치하여 확실한 동북아 금융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경제특구에 금융분야의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부분을 전제로 한 인프라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2위 경제를 향한 중국의 대장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위치를 설정하고 경쟁력우위를 유지할 것인가? 과연 국가발전의 그랜드 디자인은 있는가? 걱정이 앞서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