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부장)언론이 `불안심리` 조장한다고?
외환위기를 경험한 뒤 우리 국민들은 '솥뚜껑'만 보고도 '자라'를 본 듯 놀래곤 한다. '이러다 또'라는 위기감도 한결 빨리 느낀다. 한국 전쟁이후 최대의 국난을 겪으며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한 뒤 깨달은 교훈이다. '과도한 비관'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경제주체들은 한층 성숙해졌다. 최근 경기 둔화 가능성이 언론과 연구기관 등에서 제기되기 전 소비자들의 지갑은 이미 굳게 닫혔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찌보면 언론이 경제주체들의 뒷북을 쳤을 뿐인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인식은 다른 것 같다. 노 당선자는 경기 상황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언론들이 어두운 경기를 거론하면서 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에 악영향' '불안심리 조장'이라는 혐의까지 뒀다. 불안감 해소를 위한 노력으로 보기에는 초점이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는 느낌이다.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은 지정학적 요인외에도 고유가, 내수 위축 등 악재가 계속 쌓여가는 형국이다. 향후 경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게 국내외 연구기관은 물론 정부의 판단이다. 있는 현실을 알리고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다.
오히려 경제주체들은 언론 보도보다 '생색내기' 인수위나 '눈치보기' 정부에게서 불안감을 느낀다. 새 정부 경제쟁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비판을 책임전가로 받아들이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리는' 모양새다. "인수위 업무보고후 한달사이 경기 상황을 진단하자는 연락은 커녕 문의도 없었다"는 재경부 당국자의 하소연은 경기와 관련한 사실상 업무 공백으로 이해되기 충분하다.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게 언론이라고 말하기 앞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안 요인 등에 대한 노 당선자와 인수위, 그리고 정부의 진단이 선행됐는지, 스스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킨 면은 없는지 자문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