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북핵과 새경제부총리
북한 핵문제가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면서 급기야는 「정치현안」에서 「경제현안」으로 변모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사가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전망을 2단계나 하향조정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은 즉시 아주 격렬하게 몸살을 앓았고, 결국 북핵 문제 혹은 광의의 통일 문제가 새정부가 당면한 최대의 경제 과제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북핵 문제는 현재 한창 막후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 정부의 경제각료 인선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제까지 일부에서는 북한 핵 문제나 광의의 통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므로 경제각료가 크게 상관할 일이 아니며, 따라서 경제각료의 인선에도 부수적인 고려사항일 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정부의 경제 과제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적으로 통일을 관리하는 문제라는 점을 역설해왔다. 무디스사의 이번 결정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불행한(?) 증거에 다름아니다.
그렇다면 통일의 경제적 관리라는 시각에서 볼 때, 신임 경제각료 특히 그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경제부총리는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가.
우선 그는 미국 보수당 정권을 상대로 대미관계를 상당한 정도 조율할 수 있는 능력과 통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바로 이 점에 취약했기 때문에 미국에서 보수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어려움은 새 정부에서도 기본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임 경제부총리는 그 무엇보다도 이 점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로 신임 경제부총리는 소련이나 중국 등 한반도에 인접한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경제외교에 능란해야 하고, 독일통일의 경험에도 정통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볼 때 북한 핵 문제의 해법에는 외교적 노력과 경제적 지원이 병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부총리 역시 경제외교에 문외한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북한 핵문제를 뛰어넘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한간의 평화 통일을 경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 참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례인 독일통일 과정에도 정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임 경제 부총리는 통일에 대비하여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여러 준비를 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의 건전화이다.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공적자금의 상환부담과 노령화 사회에 따른 복지수요의 팽창으로 신음하고 있는 정부재정이 추가로 통일관련 비용을 소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신임 경제 부총리는 이를 현명하게 교통정리할 수 있는 재정전문가여야 한다. 물론 새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인 재벌 개혁 등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과제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갈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1%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거시경제의 단기지표에 중독될 경우, 때로는 한국 경제를 둘러싼 큰 그림」을 놓칠 때가 있다. 그 대가는 고통과 경제적 손실이다. 우물안 개구리로 있다가 외환위기에 속수무책이었던 것이 불과 5년전 일이 아니던가. 이런 의미에서 이번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변경은 아마도 우리 나라 자본시장 참가자에게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교훈이 되었다고 본다.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주위도 둘러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