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한반도 평화의 비용
1월 20일자 비즈니스위크지의 표지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흉상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 흉상은 전체적으로 금이 가 있고 서서히 부스러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위로 나타난 커버스토리의 주제는 "한국의 또 다른 위기(The other Korean crisis)". 북한경제의 붕괴라는 위기가 한국경제에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이다.
북한 경제의 현 주소는 비참하다. 총인구는 2200만명 정도인데 국내총생산은 약 15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약 700달러 정도. 이나마 믿기 어려운 통계라는 것이 중론이다. 식량위기가 오기 시작한 1995년에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일인당 국민소득이 약 240달러이다.
그 이후로 거의 성장을 멈추었다고 보면 실제로는 300달러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이 약 4500억 달러 일인당 국민소득이 약 1만 달러에 달하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1960년대 중반 영국의 여류 경제학자 조안로빈슨은 북한경제가 남한경제보다 훨씬 낫다는 주장을 편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후로 40년간 `인민의 낙원'은 `인민의 지옥'으로 변했다. 이제 아무도 북한이 자립적으로 경제를 꾸려나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북한 인구와 남한인구를 합치면 약 7000만명 양국의 국내총소득을 합치면 약 4600만 달러. 단순 산술평균을 하면 한반도에 사는 국민의 일인당 소득이 약 6500달러.
만일 김정일 체제가 붕괴되면 2200만의 새로운 식구(食口)를 맞이하면서 한국국민의 일인당 소득은 지금보다 35%씩이나 줄어들면서 10년은 후퇴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말도 안되는 수준의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통일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우리에게 부담시키게 될지 약간 짐작을 할 수 있게 하는 계산이다.
주지하다시피 독일의 경우 통일이후 커다란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내총소득 약 2조달러에 달하는 독일 경제는 세계 3위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통일의 후유증에 따라 재정적자가 최근 증가하면서 800억 달러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총소득 규모의 4%에 달하면서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환율의 영향도 있기는 하겠지만 한때 3만 달러근처까지 이르렀던 일인당 국민소득도 최근 23000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동독주민과 서독주민간의 지역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서로 드러내놓고 으르렁거릴 정도로 사이가 나빠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 살면서 겨우 도와주는게 요것뿐이냐" 와 "내가 세금 내느라 얼마나 힘든데 자꾸 불평이냐" 의 갈등이다. 이 갈등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최근 남북한 통일비용이 1조내지 2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를 발표한바 있다. 이 추정치가 사실이라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국민총소득의 2배내지 4배의 비용이 든다는 얘기이고 이 정도의 비용은 한국경제가 결코 독자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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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통일비용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있는 국가들에다가 국제금융기구까지 총동원하여 총체적으로 부담해야 할 문제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은 나름대로 큰 몫을 부담하면서 이러한 분담구조에 대한 정당성을 이들에게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매우 중요하다. 통일 한국에 핵무기가 있다고 할 때 어느 누구도 한국에 지원을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이 출범한 참여정부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 타협을 전제로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였다. 평화와 번영. 정말 가슴 떨리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 평화를 위해 그 번영을 위해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얼마의 노력이 들어갈지 생각하면 암담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 경제의 앞길에 놓여 있는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은 북한과 통일 문제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시한폭탄이 터지느냐 안 터지느냐, 터지면 얼마나 세게 터지느냐는 것까지 우리의 노력과 능력이 상당부분 좌우한다. 북한 및 통일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