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투자하기 좋은 나라

[시평]투자하기 좋은 나라

2003.03.07 12:42

[시평]투자하기 좋은 나라

[편집자주]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증시가 빈사상태를 헤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최저치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 코스닥은 마치 중력을 잃은 듯 자유낙하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채권시장을 기웃거리고 있고, 물가 상승의 위협 앞에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할 말이 없는 정부는 애매하게도 한은총재가 경솔했느니 시장이 비합리적이니 하면서 이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볼쌍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말 그대로 어렵다. 그 어려움의 연원은 내우와 외환 모두에 기인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올바른 경제정책을 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원칙은 있다. 우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가린 뒤 할 수 있는 것은 잘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어떤 유혹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말은 일견 너무나 당연해서 마치 말장난 같지만 정작 실천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먼저 할 수 없는 것부터 명확히 해보자. 외부 여건의 악화는 대부분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라크 사태로부터 오는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동요하고 있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원유가의 상승에 따라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것도 일차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은 그것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분식하기 위해 부질없는 대증요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기관투자가를 부추겨 증시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거나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금융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거나, 또는 물가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자. 물론 불행히도 별로 없거나 매우 어려운 일들만 있다.

먼저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 현재 북핵 문제는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최대의 악재이다. 이라크 사태는 미국 주도의 전쟁이 개시되면 상당한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는 이라크 사태와는 달리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이미 몇주 전에 본지의 컬럼을 통해 새로운 경제팀의 조건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힘주어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북핵 문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완전한 관료들의 잔치였다. 이러니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는 협상은 외교팀이 하고 그동안 매는 자본시장이 맞는 이상한 구조가 되어 버렸다.

 

결국 관료에게는 경기순환 과정을 마무리하는 일만 남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품을 터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람을 빼면서 그동안 흥청거렸던 잔치의 설거지를 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팽창의 연장이 아닌 도약을 위한 정리의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시장을 위해서도 할 일이 있기는 하다. 다시 한 번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뛰는 것이 그것이다. 가뜩이나 마음이 심란해서 주식시장을 등지려는 투자자를 붙들기 위해서는 물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으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안되면 그나마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이라도 보여야 한다.

 

요즈음 경제가 죽을 쑤면서 관가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논의가 슬그머니 새어 나오고 있다. 그 말이 어떤 뉘앙스를 가지고 있는 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관료들이 아직도 전혀 시장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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