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무엇이 우리를 실망시키나

[시평]무엇이 우리를 실망시키나

이상빈 한양대학교 교수
2003.03.21 12:35

[시평]무엇이 우리를 실망시키나

주식시장이 다시 출렁이고 있다. 얼마전 까지는 이라크 전쟁 및 북핵이라는 외생변수에 의해 주식시장의 침체가 용인되어져 왔다. 따라서 어려운 상황을 다 함께 견디면 좋은 시절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분식회계 및 카드채 부실로 대변되는 내부악재가 돌출하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앞날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IMF 금융위기 이후에 우리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어 온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감독이 정착되었기 때문에 IMF사태를 초래한 종금사와 같은 부실은 재발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대우사태로 분식회계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지만 일반기업에는 분식회계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허구임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지금 심각한 신뢰성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앞장서서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하드웨어를 구축하였고 지배구조개선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정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5년 전과 별로 다른 점이 없다. 이런 점 때문에 투자자들은 실망을 넘어서 허탈해 하고 있다. 정부발표에 의하면 사태는 별로 심각하지 않고 우리의 능력으로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하나, 대내외적 환경은 5년 전에 비해 오히려 악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태해결을 낙관할 수 없다.

 

악재는 악재이기 때문에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면도 있지만 악재를 쉬쉬하면서 덮어버리기 때문에 악재는 시장에서 증폭되기 쉽다. 귀신이 무서운 것은 귀신이라는 실체가 결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분식회계의 실태와 카드사 부실규모를 정확하게 시장에 알리고 시장의 이해를 구하여야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

사실을 그대로 시장에 발표하면 시장에 주는 충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시장이 심장마비에 걸려 공황이 오는 정도가 아니라면 악재는 그때그때 신속하게 시장에 알려 시장의 이해를 구하여야 한다. 또 시장이 투명하면 할수록 시장이 마비될 정도의 악재는 결코 발생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정재 신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정말 우리 기업들의 분식이 어느 정도이고 있다면 이를 시장에 충격을 적게 주면서 해소해가는 궁긍적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것은 시장의 신뢰를 얻어가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발생한 기존부실의 조속한 처리 못지않게 추가부실의 발생방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카드사 부실대책에서는 추가부실 방지를 위한 대책이 결여되어 있다. 기존부실의 발생원인이 카드사간의 과당경쟁 때문이라고 하나 이러한 과당경쟁을 방치한 감독당국의 부실감독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방도 없다. 부실감독이 지속되면 또 다른 카드채 부실이 도사리고 있다. 증권사 보험사 신협 등 제2의 카드사들은 곳곳에 널려있다.

 

변화와 개혁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고통 끝에 행복이 오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을 감내한다. 그러나 고통 끝에 또 다른 고통만 계속된다면 우리는 변화와 개혁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정부는 개혁을 주도하기 전에 개혁을 시장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개혁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개혁의 동반자로서 시장이 자리매김할 때 겉치레 개혁대신 진짜개혁이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지금 또 다른 겉치레 개혁으로 세월을 보낼 만큼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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