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2만달러 달성의 조건

[시평]2만달러 달성의 조건

윤창현 명지대 교수
2003.03.26 17:01

[시평]2만달러 달성의 조건

2002년 우리 경제의 성적표를 보면 일단은 괜찮다는 느낌이다. 국내총생산은 액 596조원으로 전년대비 6.3% 증가하였다. 달러로 환산한 금액은 약 4766억 달러. 거의 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미국의 10조달러나 일본의 4조달러 수준에는 턱도 없이 모자라는 수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하다. 또 하나 반가운 것은 교역조건변화를 감안한 실질국민총소득(GNI)이 1만13달러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일인당 소득이 97년에 1만315달러를 달성한 후 98년에 6000달러 대까지 추락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 또한 반가운 소식이다.

 

이 결과를 경제활동별로 분화해보면 산업간 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우선 1차산업인 농림어업은 전년대비 4.1% 감소하였다. 제조업은 전년대비 6.3% 증가하였다. 거의 평균수준이다. 이중에서 특히 정보통신기기제조업은 13.3% 성장하여 제조업 성장을 상당 부분 주도하였다. 건설업은 주거용 및 상업용 건물건설이 늘어나 전년대비 3.2% 증가하였고 서비스 업종에서는 금융 보험 방송 영화 학원 등의 호조로 8.8% 증가하였다.

 

지출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수출은 전년대비 약 15%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성장을 견인하였고 최종소비는 전년대비 6.2% 증가하여 평균수준을 기록하였다. 결국 2002년은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수출, 그리고 내수 중에서는 금융 영화 방송 등 문화서비스업분야에 의해 경제성장이 견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투자다. 투자의 증가율은 4.8%를 기록하여 평균수준에 못 미치는 기록을 보였다. 이 와중에서 제조기업의 현금보유액수는 30조원대에서 40조원대로 늘어났다. 투자가 무엇인가? 미래를 위해 씨를 뿌리는 행위 아닌가? 싹이 안 트는 위험도 있지만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씨를 사다가 뿌리는 행위이다.

현재시점에서는 씨를 사느라고 돈을 쓰는 바람에 수요도 증가한다. 그리고 수확시점이 되면 공급이 늘어난다. 현재시점에서는 수요를 늘여주고 다음 기에 열매가 열리면서 공급을 늘여주는 이러한 일석이조 행위가 바로 투자이다. 물론 투자 자체가 각 기업들의 개별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하는 데에 따른 불안한 부분도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어짜피 이러한 기업가들의 `동물적 본능' 좋게 표현하면 `창조적 파괴'에 의해 발전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자꾸 북돋아도 투자를 할까 말까하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위축시키고 불안하게 만드는 각종 조치들과 발언들이 어지럽게 나오고 있다. 반기업적 마인드가 판을 치고 언어폭력수준의 오럴해저드(oral hazard)가 난무하면서 기업인들의 투자의욕과 기업하려는 의지는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한 후 일본은 6년만에, 싱가폴과 홍콩은 5년만에 2만달러를 돌파하였다. 우리는 1997년에 1만달러를 돌파한 후 뒤로 후퇴하여 5년을 헤매고 겨우 제자리로 왔다. 잃어버린 5년이다. 지금부터 5년이면 10년이 걸리는 셈이고 지금부터 10년이면 15년이 걸리는 셈이다. 이제부터 5년 10년 뒤를 보고 정성스럽게 씨를 뿌려야 2만불이라는 열매를 거둘텐데 농부들은 돈만 들고서 씨를 살 생각도 뿌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무얼 가지고 동북아중심국가를 만들며 어떻게 2만달러 경제를 달성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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