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거품 빼는 법
거품은 반드시 터진다. 터지지 않으면 거품이 아니다. 그 증거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IMF 사태가 바로 거품경제의 붕괴였다. 그 이후 벌어진 대우사태와 카드채 대란 역시 실속없이 거품만 부풀린 결과였다. 그뿐인가. 1999년 온나라를 들끓게 했던 `코스닥 열풍'도 결국 거품이 돼 허망하게 터져버렸다. 1989년 4월 종합주가지수를 대망의 1000포인트까지 밀어 올린 것도 거품의 힘이었다.
그 거품이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잘 안다. 빚더미 위에서 허장성세를 구가하던 한국경제는 IMF 사태를 맞아 일순간에 무너졌다. 환율거품이 빠지면서 원화값이 폭락했고,1인당 국민소득은 반토막이 됐다. 기업들은 줄도산했고,거리엔 실업자와 노숙자가 넘쳐났다. 그 참담한 풍경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대우가 또 다시 거품을 부풀리다 망했고,카드사들이 흥청대다가 생존위기에 몰렸다.
이 정도면 정신을 차릴 만도 한데 한국경제는 지금 또 거대한 거품을 만들고 있다. 서울 강남을 진원지로 한 부동산거품은 이제 부풀대로 부풀어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져나오는 `풍선효과'가 뚜렷하다. 너도나도 부동산에서 한건하려는 투기심리가 만연한 상태이니 정부가 `두더기잡기' 식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거품인줄 알면서도 막지 못한 채 거품을 키워가는 형국이 정말 심각해 보인다.
거품의 종말은 파열이다. 파열 뒤에는 깊은 불황이 있다. 그래서 거품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거품이 있으면 터지기 전에 빼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거품 빼기'다. 그러러면 거품의 원천인 부동자금 400조원의 물꼬부터 돌려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몰려든 투기성 자금들을 건전한 투자시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증시에 매력을 갖도록 유인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기업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한 거품은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않는데 돈만 증시로 몰린다고 문제가 풀릴 리 없다. 그것은 `금융장세'라는 또 다른 거품을 만들 뿐이다.
금리가 높아서 기업들이 투자를 끊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금리를 낮춘다고 될 일도 아니다. 금리를 낮추면 부동자금이 더 늘어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부작용만 심화될 뿐이다. 일본은 `10년 불황'을 헤매면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춰지만 길을 찾지 못했다. 일본의 겪고 있는 길고도 깊은 불황의 늪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열심히 그 길을 따라가고 있지 않은가.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연구개발투자와 설비투자를 활성화하는 것만이 부풀대로 부푼 거품을 뺄 수 있는 근본처방이다. 이른바 `친 기업적 사고'가 절실하다. 그것이 `노동계 편향'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게 떨어진 당면 과제다. 기업들이 신나게 투자하게 만들어야 돈이 거품을 만들지 않고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쪽으로 선순환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