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유권무죄 무권유죄'

[광화문]'유권무죄 무권유죄'

김재승 건설부동산부장
2003.06.16 12:34

[광화문]'유권무죄 무권유죄'

얼마전 강남구청이 재건축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고 나서 논란이 일었다. 물론 서울시가 재의를 요구해 다음주중 조례를 재결의 하기로 했다고 한다.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셈이다. 어쨌든 이 사안은 7월부터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법 시행에 앞서 안전진단 통과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논란을 가져왔다. 평당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해당 재건축 추진단지의 소유주가 아닌 사람들은 이 사안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것도 최근의 일이다. 공인중개사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맞서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사례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한 의견 역시 분분하다. 어떻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마저 협박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많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투기 내역을 꼭 보고 싶다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공인중개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왜 그럴까.

 

뒷북치는 소리를 좀 해보자. 지난 1998년 9월 민원이 잦은데다 외환위기에 따른 경기부양 차원에서 `택지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이 폐지됐다. 이 법은 89년 12월 토지 투기를 막기 위해 서울 등 6대도시에서 200평 이상의 택지를 보유하면 초과한 가격의 일정액, 즉 택지초과소유부담금을 내도록 했던 제도다.

당시 부담금 부과 대상은 5만∼6만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 중에는 정말 억울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위헌이라는 판결까지 받은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얼마전 만난 한 전직 고위공무원.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외환위기 앞에서는 어쩔수 없었지만 다시 이 제도를 부활시키지 못한게 못내 아쉽습니다. 당시 수백억원대의 부담금을 내지 않기 위해 온갖 로비를 벌였던 이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허탈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같은 맥락인가. 최근 정부 일각에서 지난 98년말 폐지됐던 토지초과이득세를 보완, 부활시키자는 일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가 상승분의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도록 한 토초세는 90년 부동산 투기근절을 위한 토지공개념 차원에서 시행됐다. 그러나 미실현 이득을 징수할 뿐 아니라 양도세와 이중 과세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아 결국 폐지됐다. 한 조세전문가의 이에 대한 촌평을 들어보자. "위헌 판결 부분을 보완하면 부활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어디 국회동의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갖가지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궁금하다. 그동안 투기를 규제할 수 있는 툴이 없어서 투기꾼들이 활개친 것인지. 아니면 있는 제도를 만인에 평등하게 상시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않은 탓은 아닌지.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 부자와 가난한 사람, 권력 있는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과연 법 앞에 평등한 것인가.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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