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ASEM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광화문]ASEM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박형기 국제부장
2003.07.10 12:36

[광화문]ASEM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셈(ASEM, 아시아유럽정상회의) 재무장관 회담에서 과연 무슨 얘기가 오갔을까. 한 사건을 두고 세계적 경제통신사가 보도한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지역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통화가치의 불균형이 세계 경제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며 "아시아와 유럽은 달러약세에 대한 부담을 공유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합의는 "유로화의 상대적 가치상승으로 유럽지역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EU측의 주장을 아시아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들어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9.4% 오른 반면 엔화는 0.5%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달러화에 연동(페그)된 중국 위안화는 달러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비해 다우존스뉴스는 7일 아셈 회원국들은 위안화의 약세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지만 환율문제는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다우존스는 이번 회담에 유럽측에서 3개국(스페인,아일랜드,오스트리아)만이 재무장관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즉 영양가 없는 회담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두 통신이 똑같이 보도한 것은 폐막 성명에서 아시아 경제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아시아 채권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시아 통화표시 채권 보급에 필요한 보증제도와 신용등급평가기관의 도입을 서둘기로 했다는 점이다. 아시아채권펀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국제면 1단 기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보도대로 아시아와 유럽이 달러약세의 부담을 나누기로 했다면 이건 1면 톱이다.

아시아가 유럽과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면 수출에 불리하더라도 달러약세를 감수해야 한다. 이는 플라자합의(1985년 선진5개국이 달러약세를 통해 미국의 경상적자를 줄여 준 조치) 정도는 아닐지라도 아시아가 자국 통화 약세 정책을 포기한다는 항복선언이다.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의 아닌다 무커지 기자와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다우존스의 보도대로 유럽에서 3개국을 빼놓고 차관급을 파견했다는 점은 이번 회의가 큰 비중이 없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실제 아셈은 97년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표류하고 있다. 이 같은 회의에서 플라자합의에 버금갈 만한 그 무엇이 나왔을 리는 없다. 그러나 이후 아시아 통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은 블룸버그의 보도에 귀를 기울이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발표 형태는 아니지만 통화에 관해서 분명 논의가 있었고, 그 논의의 핵심은 두 가지였을 것이다. 미국은 달러약세가 아니고서는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왔다. 세계경제의 기관차인 미국경제를 돕기 위해 유럽은 약달러를 감수하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도 이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상하고, 한국과 일본은 시장개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회동에서 아시아 재무장관들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이는 중요한 `신호'다. 아시아도 자국통화 약세 정책을 포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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