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보사 상장의 논리
최근 생보사의 상장과 이익배분에 관한 논쟁이 다시 뜨겁게 부상하고 있지만 이견의 골은 여전히 깊다. 의견 차이의 출발은 주식회사인 국내 생보사를 일부 학자들이 상호회사로 해석하면서 상장시 계약자들에게 재평가 유보이익을 주식으로 배당하여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론적으로 무리가 많다. 우선 생보사들은 형식상으로는 주식회사이지만 배당상품을 주로 판매하였기 때문에 실제는 상호회사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주식회사가 상품전략으로 배당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주식회사가 배당상품을 판매하면 계약자를 무시한 채 위험자산에 투자하려는 주주의 이기적 행동을 오히려 억제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왜냐하면 주주가 위험 자산에서 높은 수익을 올려도 계약자와 이익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보사들의 주주자본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주로 계약자의 보험료로 회사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주주 대신에 계약자가 실제로 위험을 부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높다고 주식회사가 상호회사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주장이 옳다면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기업은 상호회사이다. 물론 금융기관의 부채비율이 높으면 파산위험을 감안하여 예금자나 보험계약자가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정부가 계약자를 보호해주었고 그 결과 주주는 자본을 잃고 퇴진하여도 계약자들이 손해를 본적이 없다. 따라서 주주와 정부(국민)가 생보사의 도산 위험을 부담한 셈이다.
아울러 생보사들은 배당상품을 판매하면서 무배당상품에 비하여 보험료를 여유 있게 받아 보수적으로 운영을 하였기 때문에 경영위험을 오히려 계약자에게 전가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영업결과에 따라 배당금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약자가 위험을 어느 정도 분담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에 맞추어 확정 및 이차 배당 등으로 환원하였기 때문에 계약자들은 위험부담에 상응한 보상을 실제로 받았다. 게다가 미국 등 경쟁적인 보험시장에서는 동일한 보장의 무배당 상품을 타사의 배당상품보다 훨씬 비싸게 파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정부는 오래 동안 계약상품의 보험료나 배당 수준을 정해 주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보험사만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
우리 나라에서처럼 보험약관의 해석 및 계약자의 이익참여 등을 놓고 이견이 팽팽하면 미국이나 영국에서는「소비자의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개념에 기초해서 법원이 최종결정을 내려준다. 그런 관점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생보사들은 공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경영을 잘 해온 면도 있지만 정부의 보호?육성 정책과 그에 따른 반사적 혜택이 있었음을 부인할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비자들이 보험상품을 구입하면서 해당 생보사의 경영위험을 부담하고 상장시에는 주식까지 받는다는 기대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국내의 생명보험은 경제발전을 위한 내자동원 수단으로 이용되는 과정에서 은행예금과 유사한 저축성 상품으로 이해하는 국민이 대다수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의 상장논의에서는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또한 정부의 보호?육성 정책으로 성장한 생보사의 이익을 일부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감당토록 유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주주의 동의 없이 생보사 유보이익을 계약자에게 주식으로 배당하는 것은 무리이다. 오히려 예금보험기금에 그 돈의 일부를 출연하여 그 동안 위험보장을 한 국민들에게 공적자금의 짐을 경감시켜주는 것이 한 대안이다. 어째든 이견이 더 이상 좁혀지지 않으면 이제는 법정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