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결혼과 자살, 그리고 실업률
1990년대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Gary Becker) 시카고대학 교수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어떤 사람은 노총각이나 노처녀로 될 때까지 결혼을 미룬다. 어떤 사람은 왜 결혼을 빨리 하고 다른 사람들은 왜 결혼을 늦게 하는 것일까? 게리 베커에 의하면 빨리 결혼하는 사람은 운이 좋거나 비관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늦게 결혼하는 사람은 운이 나쁘거나 낙관적인 사람이다.
이를 자세히 한번 보자. 결혼을 하려면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일종의 운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운좋게도 빨리 나타나면 결혼에 쉽게 골인하게 된다. 이것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행운 요인이다.
반면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 요인도 결혼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 결혼 후보자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나타나게 마련이다. 지금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이 다음에 만나게 될 사람이 지금보다 더 나을 거라고 낙관적인 생각을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 사람은 결혼을 나중으로 미룰 것이다. 반면에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지금 결혼을 결정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낙관론과 비관론은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의 결과이다. 아니 좀더 자세히 말하면 자신의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좌우간 자신의 판단에 의해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다.
요즘 자살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가 부쩍 많아졌다. 생활고 때문에 한 어머니가 자식들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 또 취업이 안된다고 20대 젊은이가 자살을 하고 북한 사업 때문에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을 했다. 불황이 닥치면서 하루에 30명 이상이 자살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어떨 때 자살을 결정하는 것일까? 위에서 말한 게리 베커 식의 논리를 적용해보자.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불운이 계속 겹칠 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거라고 비관적인 생각을 할 때 자살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물론 사람이 항상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불운이 계속 되고 향후 상황을 극단적으로 비관하는 경우에 자신이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요인이 또 하나 있다. 유행이라는 요인이 바로 그것이다. 1770년대에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썼다. 남자 주인공이 권총자살을 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맺음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보고 많은 유럽 젊은이들이 실제로 노란 조끼를 입고 권총자살을 하는 유행이 번진 것이다. 자살도 일종의 바이러스다.
요즘 우리나라 TV를 보면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뉴스를 아무런 여과없이 그래픽으로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뉴스를 보는 사람들 중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뉴스를 보고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면 이 사람 역시 자살을 기도할 지 모른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전염 효과 때문에 자살을 다루는 뉴스에 대해서는 규제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규제가 없어 자살은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
사람들이 자살을 많이 하면 단기적으로 실업률은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미디어는 그런 의미에서 나라경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센세이셔널리즘만 자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