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벤처창업=가계파산+신용불량자?'

[기고]'벤처창업=가계파산+신용불량자?'

김영문 계명대 교수
2003.08.07 12:29

[기고]'벤처창업=가계파산+신용불량자?'

1998년 8월에 한국소호벤처창업협의회를 창립했고,1999년 10월에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사단법인 한국소호진흥협회를 인가받아 2003년 5월까지 회장으로 일했으며,2003년 2월부터 계명대학교 벤처창업보육사업단의 단장으로 일해 오면서 가슴깊이 느낀 벤처창업의 현실과 문제점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벤처창업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가계가 파산하고 평생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에서,이제 창업을 생각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란다.

 

첫째, 벤처창업의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검증되지도 않았고,제대로 실적도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성공신화, 대박, 세계적인 기술, 벤처재벌 등으로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졌고,또한 사회적 분위기가 창업을 무분별하게 부추겼다는 것이다.

 

둘째, 벤처관련 각종 지원자금이 좀 더 엄격하게 평가되고 선정되어야 하며, 자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대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술혁신개발자금, TBI 자금, 소상공인 지원자금 등 수 많은 창업관련 지원자금들은 전문가 풀을 활용해 좀 더 심층적으로 심사되고,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수많은 창업관련 자금들이 너무 쉽게 지원되고 대출되기 때문에,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셋째, 누구나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창업보육센터, 소상공인지원센터, 창업컨설팅회사 등 창업관련 기관이나 기업에서 예비창업자에 대한 자질이나 적성검사를 제대로 실시하고 조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창업박람회에 가보면, 누구나 창업하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선전하는 사람들 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예비창업자 역시 자신의 능력에 비해 단시간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한다.

 

넷째, 창업관련 업무들이 지나치게 IT 및 하이텍 벤처 중심으로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사실 벤처라는 것은 정말로 고부가가치 기술을 갖고 있는 소수가 하는 것이며, 소위 말하는 수많은 예비창업자가 가야 하는 길은 아니다. 98~99년에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벤처창업에 관심을 가졌지만, 2~3년 전부터는 외식창업, 프랜차이즈, 유통 및 소자본창업, 소호 및 투잡스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따라서 벤처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창업관련 교육이 좀 더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창업교육은 돈을 버는 방법 혹은 기교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윤리를 갖춘 참된 경영자가 되는 길을 교육시켜야 한다.

 

여섯째, 벤처관련 정보들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되고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직도 한국에는 벤처 혹은 벤처관련 기업들에 대한 종합적인 리스트 하나 없고, 벤처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온-오프라인 마켓도 하나 없다. 벤처기업은 존재하는데, 어떤 벤처기업들이 어느 곳에 있으며, 그들이 무엇을 생산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에 대구에서 섬유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을 만나보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섬유기업을 하세요?’라고 자주 묻는다고 한다. 요즈음 벤처기업의 대표자들을 만나보면 벤츠 타려고 하다가 이제는 공원 밴치로 갈 판이라고 한 숨 썩인 소리를 한다.

 

이제는 성공신화가 아니라 자기가 가진 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분야에서 자기만의 삶을 충실히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창업이라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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