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외국인이 증시를 보는 관점

[오늘의 포인트]외국인이 증시를 보는 관점

권성희 기자
2004.01.09 11:10

[오늘의 포인트]외국인이 증시를 보는 관점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순매수세가 지수를 830을 넘어 840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3일간 830을 시험하다 안착에 실패한 뒤 4일만에 곧바로 840 도전이다. 외국인들의 순매수세는 전날까지 통신주와 전기전자(IT)업종, 금융업종에 집중됐으나 9일엔 전기전자 업종이 외국인들의 압도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간판 IT주인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의 매수 주문에 5%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49만원을 넘어섰다. 50만원 시험도 멀지 않은 분위기. 외국인들의 이러한 공격적인 '사자' 열기에 비해 개인은 14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이다. 오늘도 개인은 외국인이 사는 거서 이상의 매도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이 파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이만큼 올랐으니 더 오르겠느냐는 심산. 혹은 이렇게나 많이 올랐는데 지금 들어가면 상투치고 손해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삼성전자를 보자. 이미 48만원선을 넘어섰는데 너무 비싸서 못 사겠다는 판단이다. 그러면 외국인은 왜 삼성전자를 48만원에서도 사고 있는 걸까.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관점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리서치 헤드)의 견해다.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올라서 못 사겠다고 하는데 얼마만큼 올라야 많이 오른 거냐. 어림짐작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삼성전자는 30만원일 때도 40만원일 때도 너무 비싸다,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는 말을 들었다. 주식은 밸류에이션으로 판단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주가에 반영된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주가는 글로벌 관점에서는 아직도 밸류에이션이 싸다. 외국인이 얼마나 더 살지,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가 없다.

국내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과거 주가와 과거에 적용됐던 주가 배수(Multiple)를 가지고 많이 올랐다고 판단하는데 이런 우물안 개구리식의 사고 방식을 버려야 한다. 이미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에 편입됐다. 로컬(Local) 관점으로 주식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의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아직도 너무 낮다. 외국인은 글로벌 관점에서 밸류에이션을 판단해 사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와 외국인의 관점 차이를 농심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농심 주가가 지난해 하반기에 많이 올랐다. 그 때 국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논란이 많았다. 더 오른다, 이제 목표주가 도달했으니 못 오른다 등. 과거 주가 배수의 밴드 상에서 보면 농심 주가는 비싼 편이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이 10에 이르자 등급 하향도 이어졌다.

그러나 외국인은 그 순간, 즉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11월초부터 적극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특히 캐피탈그룹은 11월 이후 농심 주식을 많이 샀다. 왜 많이 오른 주식을 샀을까. 지난해 내수 경기가 침체된 중에도 농심의 이익은 증가했다. 경기가 어려울 때도 이익이 증가하는 회사라면 이익 급감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인 기업이라고 판단하고 그 기업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것이다. PER 10이면 주식 투자시 요구하는 최소 수익률이 10%라는 얘기다. 요즘 금리가 4%대 정도인데 침체 때도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에 투자해서 10% 수익를 얻는다면 투자할만한 것 아닌가.

이익 변동성이 축소되면 리스크 비용도 줄어들고 당연히 기대 수익률도 낮아져야 한다. 이 말은 PER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리레이팅(재평가) 요소들이 생겼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과거 주가 배수 밴드로 비교해서 비싸다 싸다고 판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최근 신고가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들이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글로벌 관점에서 밸류에이션이 싸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한국의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관점에서 평가해주라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주가가 단기간으로 볼 때는 등락을 거듭해서 언제 매수하느냐 타이밍이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 시간을 놓고 보면 언젠가는 기업 가치란 주가에 반영되고 좋은 기업의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결국 저평가된 우량주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업의 이익 변동성이 축소되는 등 리스크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기대 수익률은 낮추되 눈을 멀리 바라보라는 것. 외국인, 특히 글로벌펀드들이 증시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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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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