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이헌재 장관의 새로운 도전

[광화문] 이헌재 장관의 새로운 도전

유승호 부장
2004.02.15 19:26

[광화문] 이헌재 장관의 새로운 도전

 노무현 정부가 이헌재 장관을 경제팀장으로 기용한 것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세련된 관치기술자란 경계의 눈초리도 있지만 노련한 그가 어설픈 정책으로 시장혼란을 가중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기대다. IMF위기 극복과정에서 해외로 부터 얻은 그의 신망이 국제 신인도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북의 가난한 서민층부터 강남의 부자들에 이르기까지 고른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영입은 총선을 앞둔 여당에게 호재임이 분명하다. 노란 점퍼에 핸섬한 마스크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이 장관을 적극 천거했다고 한다. 이 장관이 3년전 현대사태 와중에 물러났던 것을 돌이켜 보면, `현실 정치'는 경제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이미지정치에 활용되는데 그치지 않을까 염려부터 앞선다.

 등용된 이유야 어찌됐든 이 장관은 새로운 도전에 응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수락한 새로운 도전은 그리 녹록치 않다. 5년전 `IMF를 넘어서(Beyond the IMF)'란 처방전을 들고 기업.금융부실을 도려낸 외과수술은 차라리 쉬웠는지 모른다. 환란이 가져다준 개혁 태풍은 그의 막강한 우군이었다.

 다시 돌아온 그에게 우군은 없고 풀어야할 과제만 산적해있다. 정보사회의 도래로 세계 각국이 노동력 과잉에 직면해 있으며 우리에게도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수출이 늘어도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져 청년실업률은 9%에 육박한다. 신용불량자가 380만명을 넘어서고도 한달에 5만∼7만명씩 늘고 있다. 그러니 침체된 내수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장관은 취임 일성에서 "일자리를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30∼50%의 노동력이 과잉상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국 제조업 생산량이 지난 40년간 2∼3배로 늘었지만 고용은 절반으로 줄어든 이같은 현상을 `제조업의 역설'이라 했다. 40년 동안 공산품 수출국가로 변모한 한국경제도 역설의 운명을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금융.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4050세대'가 퇴출의 쓰라림에 적응하며 그와 부대꼈다면 이제 `2030세대'라는 새로운 집단이 그의 해법을 기다리고 있다. 20, 30대는 1531만명(2000년현재)으로 전체 인구의 34.24%에 이른다. 55∼65년 베이비 부머들의 자녀들로 월드컵 거리응원, 대통령선거의 인터넷 열풍을 주도했지만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가 정년)이란 신조어로 대변되는 위기의 세대이다. 고도 성장기를 살아온 이전 세대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실업, 신용불량, 비전 상실을 겪고 있다.

 이 장관은 IMF 극복 당시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IMF위기가 한국경제의 고질병을 치유할 절호의 기회임을 강조한 말이다. 경제팀장으로 돌아온 그가 한국경제의 중첩된 위기를 축복으로 돌려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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