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개혁군주 광해군'

[광화문]'개혁군주 광해군'

김재승 온라인총괄 부장
2004.02.18 19:41

[광화문]'개혁군주 광해군'

왜란과 호란 사이에서 산적한 개혁의 과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개혁군주' 광해군이 곧 무너질 모양새다. 북인에서 갈라진 대북파, 그의 정치적 지지기반 때문이다. 개혁세력의 정점, '정인홍'을 중심으로 한 대북파의 무리한 왕권 강화 시도가 오히려 광해군을 나락으로 떠밀고 있다.

요즘 그런 내용이 방영되는 모 방송드라마가 조기 종영된다고 한다. 왕권을 강화하려다 왕위에서 떠밀리는 광해군의 닮은 꼴인가. 그 이유야 사실, 시청률 경쟁에서 라이벌 드라마에 참패했기 때문이겠지만.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이 처절한 권력다툼과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당파싸움에 식상할 대로 식상해져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굳이 대하사극을 통해 그런 모습을 찾을 필요가 없으니까. 불행하게도 그런 모습은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게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이 드라마를 지켜보곤 했던 나로서는 아쉽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보여주듯, 줄거리 전개의 주요 모티브인 임금의 여자한테는 별반 관심이 없다. 대신 광해군의 미약한 지지기반이었던 대북파. 개혁세력을 자처했던 그들이 어떻게 일당 독재의 행태를 보이다가 결국 자멸의 길로 가는지가 관심사일 뿐이다.

광해군, 그는 왕위에 오른 초기, 지지기반이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반대파를 끌어안는 제스처를 보여줬다. 선조가 병석에 누운 뒤 광해군에게 섭정을 맡기려는 것을 막았던 영의정 유영경. 광해군은 왕위에 오른 뒤 그런 유영경의 사직 상소를 허락하지 않았다. 부왕이 아끼던 대신을 내치지 않겠다는 나름의 소신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머지 않아 탄핵을 하지만.

이원익(남인), 이항복(서인) 등 명망 높은 이른바 보수세력을 요직에 앉힌 것도 탕평정치를 펼치려는 광해군의 노력에 다름 아니다. 그처럼 자신의 지지세력에 함몰되지 않고 반대파도 끌어안는 탕평정치를 계속했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광해군의 친형 임해군과 배다른 동생이자 적통대군인 영창대군의 죽임, 그리고 계모인 인목대비의 유폐라는 패륜. 이 모든 것은 왕의 권위를 위협한다는 명분, 그 하나를 내세운 정인홍 이이첨 등 대북파의 무고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결국 대북파라는, 자신과 코드가 맞는 개혁세력 위주로 철저히 정계개편을 하고 국정운영을 한 광해군에 귀착되지 않을까.

참여정부, 집권 1주년을 앞두고 청와대팀과 1기 내각이 확 바뀌었다. 386으로 대표되는 운동권 출신들과 재야인사, 소위 노무현 코드에 맞는 진보적 성향의 인물들이 전문가 그룹과 관료출신으로 대폭 물갈이됐다. 더구나 새로 경제팀장을 맡은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다.

1년여의 시행착오, 그리고 나온 코드정치의 전반적 궤도수정. 자신의 지지세력, 코드가 맞는 인물들로만 국정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가.

현물로 거두던 공물을 쌀로 대신 내도록 하는 대동법을 실시하는 등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려던 광해군은 결국 균형정치에 실패, 폐위된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 얘기다. 지금은 집권세력이 야당과도 적절한 공생관계를 설정, 균형정치로 난국을 극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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