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통사,투자보다 영업비가 많아서야

[광화문]이통사,투자보다 영업비가 많아서야

김영권 정보통신부장
2004.02.22 21:15

[광화문]이통사,투자보다 영업비가 많아서야

"무제한으로 사랑할 순 없을까?"

"당신의 일부이기에…"

"이제와서 붙잡는건 뭐지"

"바꾸니까 좋다!"

이동통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SK텔레콤과 이에 맞서는 KTF와 LG텔레콤. 새해들어 휴대폰 번호이동제가 시행되면서 이들 3자간 시장쟁탈전은 점입가경이다. 신문이건 방송이건 눈에 띄는 광고는 '바꿔' 아니면 '바꾸지 마' 둘중 하나일 정도다.

이들의 '사랑타령' 덕분에 소비자들은 신이 났다. 전화번호는 그대로 둔채 가입회사만 바꾸면 요금도 깎아주고 휴대폰도 거의 공짜로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올들어 2달도 안돼 45만여명이SK텔레콤에서KTFLG텔레콤으로 옮겨갔다.

휴대폰 생산업체들도 정신없이 바빠졌다. 이동통신회사간 휴대폰 호완성이 막혀 있어 번호이동이 생기는 족족 휴대폰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최근 50여일동안 45만대를 더 만들어 판 셈이다. 대신 멀쩡한 중고폰 45만대는 장롱속에 쳐박혔다. 불황이 깊으니 이런 식의 소모적인 내수경기도 아쉬운지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이동통신회사들은 고객이 빠져나가기 어렵게 하려고 휴대폰 호완성을 막아놓고, 휴대폰 회사들은 한대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 비호완성의 벽을 허물지 않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까지 한수 거드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렇게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부으면 투자는 무슨 돈으로 할지 걱정이 앞선다. 광고하고, 판촉하고, 요금까지 깎아주면서 흥청망청하다가 망가지는 것을 어디 한두번 보았는가. 신용카드회사들도 길거리에서 마구잡이로 `카드(〓돈)'를 뿌리다 벼랑끝에 몰렸다. 이동통신사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SK텔레콤이 올해 쓰기로 한 마케팅 비용은 무려 1조8360억원에 달한다. 이는 투자비 1조7000억원보다 많다. KFT도 마케팅 비용을 지난해 6800억원에서 올해는 92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반면 투자비는 1조831억원에서 9300억원으로 깎았다. KT 역시 투자는 꺼리면서 KTF의 영업을 거드는데 열중하고 있다. LG텔레콤은 마케팅비용을 지난해 수준인 3000억원으로 잡았지만 투자비는 4492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줄였다.

신성장동력의 전위부대 역할을 해야 할 메이저급 유무선통신업체들이 투자보다 영업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중소 IT업체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인다.

서둘러 투자해야 할 곳이 없는 것도 아니다. 꿈의 통신이라는 화상통화(W―CDMA)는 지난해말 상용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개점휴업 상태다. 양대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F는 WCDMA를 애물단지 취급을 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로 기술을 완성하고 시장을 만들어갈 뜻이 없는 것이다. 꿈의 유통시대를 여는 열쇠라는 전자태그, 이동중에도 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등도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핵심 기술은 모두 외국업체에 넘겨주고, 뒤늦게 값비싼 로열티를 물어 가면서 시장쟁탈전에만 열을 올리는 식으로는 신경제-기술강국의 지평을 열 수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