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태극기 vs 그리스도의 수난
최근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이하 태극기)'가 관객 1000만 시대를 열며 한국 영화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리스도의 마지막 12시간을 다룬 멜 깁슨의 '그리스도의 수난(이하 그리스도)'이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선전하고 있다.
태극기는 개봉첫날 32만 관객을 동원, 신기록을 세웠다(실미도는 30만). 개봉시기를 기독교의 기념일인 '재의 수요일'(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에 맞춘 그리스도는 주말이 아님에도 개봉첫날 2360만 달러의 입장료 수입을 기록했다.
미국 박스 오피스 집계는 관객수가 아니라 입장수입으로 계산한다. 미국 개봉관의 영화표는 주에 따라 9~12달러. 평균 10달러로 잡는다면, 개봉첫날 약 23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셈이다.
32만 대 236만. 한국영화가 관객 1000만 시대를 열어 젖혔지만 미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임을 웅변하는 숫자다. 더욱이 그리스도의 개봉첫날 입장수입은 역대 5위에 불과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 완결편인 '왕의 귀환'이 개봉첫날 사상최대인 3410만 달러(341만명)의 입장수입을 기록했다.
그러나 숫자의 질을 살펴보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미국 영화사상 최대 흥행작은 '타이타닉'이다. 타이타닉은 미국에서 5억9000만(5900만 명)달러의 입장수입을 기록했다. 미국 인구가 2억8000만 명이니 인구 4.8명당 한 명이 관람한 셈이다. 한국의 인구는 4700만. 실미도가 1000만을 돌파했으니, 인구 4.7명당 한 명이 실미도를 본 셈이다. 한창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태극기가 1200만을 육박한다면 인구 4명당 한 명이 관람할 수도 있다.
상대적 비교를 하면 태극기와 실미도의 흥행성적은 눈부시다. 한때 아시아 영화를 대표했던 흥콩영화가 홍콩의 중국회귀와 함께 몰락한 이후 한국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콩의 영화산업은 1997년 홍콩반환과 함께 할리우드의 품에 안긴 이후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이외에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과 한국영화의 선전 등을 종합할 때, 한국은 이제 아시아 영상문화의 리더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도 실미도와 태극기를 소개하며 한국 영화의 선전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외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한국영화가 공교롭게도 모두 분단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쉬리, 실미도, 태극기 모두가 그렇다. 사실 외국인들은 한국하면 PMJ, 즉 판문점을 떠올린다. 아예 'PMJ 투어'라는 관광상품이 있다. 많은 외국인들이 PMJ 투어를 한국 관광의 필수코스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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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분단은 우리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지만 홍콩영화하면 쿵푸가 연상되듯 한국영화하면 분단이 떠오를까 두렵다. 한국영화가 다양한 소재를 개발, 명실상부한 아시아 영화의 맹주로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