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변곡점으로 가는 증시와 정치

[광화문] 변곡점으로 가는 증시와 정치

유승호 부장
2004.03.18 09:26

[광화문] 변곡점으로 가는 증시와 정치

탄핵정국에 금융시장은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핵이 가결된 날 주가가 47포인트까지 급락하고 원화환율이 급등(원화값 급락)했으나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탄핵 가결직후 금융당국이 `탄핵 쇼크' 차단에 부심할 정도였으나 나흘만에 주가가 탄핵전보다 더 올랐다.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왜 주식을 내다 팔기는 커녕 오히려 사고 있는 것일까. 탄핵 사태가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불확실성 자체를 악재로 받아들이는게 증시의 생리이다. 정부가 주식을 사라고 팔목을 비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틀간 주식을 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17일 58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통령이 사직하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펀드매니저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시장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동부증권의 고원종 부사장은 ‘4.16 폭등장을 기다리며..’란 역설적인 보고서에서 “우스꽝스런 국회가 매수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된 국정혼란이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메릴린치증권의 이원기 전무는 '탄핵, 총선 그리고 주식시장'이라는 보고서에서 “총선 결과 어떤 당도 승리하지 못하는 것이 증시에 가장 호의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해 대통령이 정치 주도권을 잡거나 야당이 승리해 대통령이 사임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하는 상황보다는 낫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만년 악재인 정치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변하는게 낫고 그럴 가능성이 보인다는 진단이다. 정치권의 야합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여야가 적당히 싸우고 적당히 얻어맞다가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나눠먹는 부적절한 관계가 깨지고 있다는 얘기다.

권력이 서로 타협할 때 권력없는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그 부적절한 타협의 이면엔 전리품 나눠가지기 이벤트가 벌어졌다. 여야가, 정치권력과 언론이 태평성대를 구가할 때 범인들은 천문학적 정치비자금, 탈세를 확인할 수 있었는가.

증시의 프로들은 “왜 그들의 싸움을 탓하는가”라고 반문한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싸우게 하되 그들을 뚫어지게 지켜보고 누가 옳은지, 퇴출시켜야할 자가 누군지를 판정할 기회가 오고 있다고 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총선후 주가 흐름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바로 주식투자자들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보수정당이 4개나 난립할 수 있었던 것은 유권자들의 게으름과 분열 때문이었다. “나 하나 쯤 지역감정에 충실한다고, 나 하나쯤 투표 안한다고 그게 그걸텐데..”

탄핵 가결후 3일째 주식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돈 냄새를 잘 맡는 주식시장의 고수들이 손을 멈추고 판세분석에 들어갔다. 1996년 총선 다음날 주가가 37포인트 올랐고 2000년엔 20포인트 떨어졌으나 이번 총선 다음날엔 주가가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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