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4무(無)증시,'아픔 뒤의 성숙'
증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다.
주식을 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외국인은 하루거리로 엇박자를 놓고(주도세력 부재), 사상 최대의 ‘깜짝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오를 희망이 높은 삼성전자는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다(주도주 부재).
단기차익을 노리고 시중을 떠도는 부동자금은 주식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티파크’ 같은 ‘로또 청약’에 몰려가고(돈 부재), 꼬리를 무는 지정학적 불안과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 내수침체는 주식을 사겠다는 의지를 차갑게 하고 있다(심리 부재).
기다리는 좋은 소식은 없고 보기 싫은 악재만 잇따르다 보니 2/4분기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던 조정(주가하락)이 한달 먼저 달려 왔다. 불안한 균형이 언제 깨져 주가가 얼마나 더 떨어질지에 대한 불안감이 ‘쉬쉬’하며 증시의 구석구석을 수상스럽게 떠돌아다니고 있다. 19세기 후반 유럽을 떠돌아 다녔던 ‘자본주의 망령’처럼….
믿지 못할 기계와 외국인..엇갈리는 프로그램 매매와 외국인으로 주가 하루살이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4.45포인트(0.51%) 떨어진 861.72에 마감됐다. 60일 이동평균(857.86)은 일단 막아냈지만 5일 이동평균(869.55)이 저항선으로 작용해 한계를 드러냈다. 거래대금은 1조7873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적었다.
그동안 폭락했던 대만 자취안지수가 0.66%(40.67포인트) 오른 6213.56에,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74% 상승했지만 한국 증시는 ‘나홀로 하락’의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외국인이 549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프로그램 매물이 2438억원어치 쏟아진 탓이었다(매수는 989억원에 그쳐 1449억원 매도우위였다.)
지난 17일부터 종합주가는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해 선물가격이 오르고 프로그램 매수가 매도보다 많으면 지수가 상승한다. 반면 외국인이 선물을 팔고 선물가격이 하락하고 프로그램 매도가 매수보다 많으면 지수는 하락한다.
호랑이가 떠난 산골에선 토끼가 왕인 것처럼 외국인 매매가 소강국면을 나타내자 기계(프로그램 매매)가 왕 노릇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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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폭락보다 더 나쁜 것은 조금씩 하락하는 것이다. 폭락하면 손실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투매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 반등은 쉽게 찾아오고 상승폭도 커진다. ‘9-11테러’와 ‘금융실명제’ ‘서해교전’ 등이 일어났을 때, 주가는 급락했다가 곧 하락폭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던 지난 12일, 종합주가지수가 장중에 822까지 폭락한 뒤 급반등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종합주가 822’에 대한 ‘추억’이 아련해지면서 지수는 800선을 위협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폭락할 때 만든 바닥은 단기적으로 무너지지 않는다”면서도 “반등한 뒤 후속매수세가 이어지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 전저점에 대한 기억이 약해져 지수는 그 밑으로 떨어질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탄핵 이후 매물 공백으로 강하게 반등했으나 매수세가 이어지지 못해 860선에서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며 “뚜렷한 매수세가 없어 호남석유화학이나 현대모비스처럼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고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는 종목이 많아지면 지수는 한단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홍래 동원증권 부사장은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에 대한 ‘깜짝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것은 증시에 호재는 없고 악재만 쌓이다 보니 어닝서프라이즈 재료를 한달정도 앞당겨 쓰는 것”이라며 “국내외 증시여건을 볼 때 종합주가는 820선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는 나스닥 1900선과 외국인 매도..최근 주식을 산 개인들은 성공할까?
외국인 매매가 엇갈리고 있다. 23일에 924억원 순매도했으나 24일엔 549억원 순매수였다. 외국인은 지난 10일 이후 189억원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개인은 이 기간 중에 9666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8044억원 순매도였다.
종합주가지수가 같은 기간 29.81포인트(3.3%)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개인들은 손해를 봤다. 종합주가가 510대에서 880까지 오를 때 잘 참았던 개인들이 막판에 뛰어들어 기관의 설거지를 한 셈이다. 주가 하락의 고통을 겪고 있는 개인들이 이익을 보고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해외요인에 달려 있다. 유인채 전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사장은 “종합주가지수 880~890선은 최근 증시 주변여건에서 볼 때 넘을 수 없는 ‘시지프스 언덕’”이라며 “깜짝 실적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 등 장외악재가 겹쳐 있어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정현 신아투자자문 사장도 “외국인은 사기보다 매도 우위를 나타낼 것”이라며 “한국 주가가 실적에 비해 싸기 때문에 해외 시장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팔지 않았지만 나스닥지수가 1900 밑으로 떨어지면 한꺼번에 반영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임원 출신의 서울 테헤란로 Y씨는 “다음주부터 주가는 많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신고가를 내는 종목을 산 뒤 그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선물을 매도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탐진치(貪瞋痴)와 성불, 주식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