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탄핵 따로, 경제 따로
이상하다. 대통령 중심제인 나라에서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는데도 경제가 별로 휘청이지 않는다. 주가는 보합세이고, 원화는 강세다. 나라가 시끄럽고, 국론이 양갈래로 확 갈려도 시장은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누구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잘해서 그렇다고 한다. 또 누구는 시스템이 살아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시스템이 받쳐주고 경제팀이 잘 대처해서 경제가 탄핵쇼크를 소화해 냈다면 다행이다.
좀 더 정치적인 해석도 있다. 혹자는 웃지 못할 해프닝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제 심리에 미치는 충격이 적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탄핵사유가 안되는 걸 갖고 야단법석이라는 것이다. 정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경제파탄의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으니 더 나빠질 게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혹자는 국론이 `친노-탄핵반대-개혁' 진영과 `반노-탄핵찬성-보수' 진영으로 명쾌하게 나뉘었으니 10인10색이던 분열상보다는 덜 혼란스러운게 아니냐고 말한다. 요즘엔`정치9단'인 노 대통령이 탄핵 가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유도했다는 `음모론'도 있다.
어쨌든 들끓는 여론과 달리 경제쪽 분위기는 차분하다. 4월 총선에 올인한 여야 정치권이 `생쇼'를 해도 시장은 무덤덤하다. 그 이유는 위에 열거한 여러가지가 복합돼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마디로 꼬집기 어려울때 `참 거시기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가지 이유를 더하고 싶다. 경제는 애초부터 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 기대를 버렸다. 노 대통령 또한 정치하는데 정신이 팔렸지 경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연 7% 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성장률이 2~3%대로 추락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업난이 `사오정'에서`이태백' 수준으로 번져도 대통령이 매일매일 현장을 직접 챙기는 모습은 없었다. 갈곳을 잃고 헤매는 수백조원의 돈을 산업자본으로 이끄는데도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탄핵이라는 헌정 초유의 정치적 사건이 터져도 경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다.
아마 노 대통령이 탄핵 정국을 넘어 복귀한다 해도 경제는 별로 큰 호재로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정치 따로, 경제 따로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정치가 경제를 괴롭혀도 이젠 내성이 생겨 웬만한 고통은 잘 견뎌낼 수 있게 됐다는 변론도 있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을 신나게 만들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경제를 궁지로 몰아 갈 것이다. 실업대책도,성장동력도 모두 희망을 전제로 한다. 희망이 빠진 일자리 대책으로는 실업난을 해결하지 못한다. 신성장동력을 키우는 일도 미래를 꿈꾸는 연구개발과 투자가 붐을 이뤄야 가능하다. 경제의 힘과 역동성,국제경쟁력 같은 것들도 `기업하려는 의지'가 타올라야 이끌어 낼 수 있다.
탄핵정국은 이런 것들을 다 삼켜 버렸다. 대통령도, 여도,야도 깊이 반성할 일이다. 탄핵정국보다 더 두려운 것은 말로만 `경제'이지 실제로는 뒷전으로 밀어 놓고, 더 이상 챙기려 하지 않는 무관심과 무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