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오를 이유 없을 때 상승이 무섭다
‘오를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데 주가가 많이 상승하면 예상외로 상승 폭이 클 수 있다는 게 다년간의 경험입니다.’ ‘의외의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주가상승을 이끌 주도세력과 유동성 보강이 없어 추가 상승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한국 증시가 강세를 나타내자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 4인방’이 1/4분기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고, 증시도 쉴 만큼 휴식을 취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가 20일 이동평균 저항을 뚫지 못하고 상승폭을 줄임으로써 한계를 나타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닛케이 평균주가가 하락한 것도 신중론을 뒷받침한다. 870선에 오른 종합주가는 앞으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까?
엇갈리는 투자지표, 헷갈리는 증시 전망
아쉬운 3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된 2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주말보다 10.72포인트(1.24%) 오른 874.67에 마감됐다. 코스닥종합지수도 6.28포인트(1.47%) 상승한 432.3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 상승은 의외의 일격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하락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주말 미국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가 각각 0.36%와 0.06% 하락한데다 최근 증시 주변 여건이 상승보다는 하락을 점치도록 하는 부정적 요소가 많았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지수 상승을 합리화할 수 있는 상승논리가 부족한데도 주가가 올랐다”며 “주가가 이유 없이 오를 때 예상보다 많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이날 지수가 예상을 깨고 강하게 올라 기술적 지표들이 매수 신호를 내고 있다”며 “추가 상승 여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고 30일 지수가 더 오르는 지 아니면 하락으로 돌아서는지 확인한 뒤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0일이동평균(875.44)을 뚫지 못한채 마감한 것은 한계로 지적됐다. 거래대금이 1조9207억원으로 2조원을 밑돈 것도 매수세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이날 지수상승을 이끈 것이 프로그램 매수(매수 2107억원, 매도 817억원, 순매수 1388억원)이었던 점도 추가상승 전망에 의문을 나타내게 하고 있다.
아시아 증시 동향도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날 대만 자취안지수는 5.57%(341.49포인트) 오른 6474.11에 마감돼 총통 선거를 전후한 정국 불안으로 폭락했던 이후 안정을 뒤찾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전중에 상승하던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52.41엔(0.45%) 떨어진 1만1718.24엔에 거래를 마쳤다. 호주와 홍콩 상하이 증시도 하락했다. 다만 미국 나스닥선물지수는 아시아 증시가 마감했을 때 6포인트(0.42%) 상승해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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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전고점(37만1000원) 돌파와 외국인 매수 유입이 키
이날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만원(1.83%) 오른 55만5000원에 마감됐다. 이 덕으로하이닉스반도체(6.45%)아남반도체(4.24%)신성이엔지(1.56%)주성엔지니어링(0.61%) 등 반도체 관련주와삼성SDI(2.49%)LG전자(3.00%)현대자동차(0.19%) 등 수출관련 우량주도 상승했다.
하지만 장중에 56만10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의 오름폭이 줄어들어 추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삼성증권이 이날 삼성전자 목표가격을 66만원에서 73만원으로 높이는 등 LG증권(87만원) 한누리투자증권(73만6000원) 등이 목표가격을 높게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3조6000억~4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후속 매수세 불발로 삼성전자는 전고점(57만1000원) 근처에도 못가보고 56만원선도 지키지 못했다. 다만 삼성SDI와 LG전자 등이 장중 고가 마감으로 삼성전자를 바짝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투자심리의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박종규 메리츠투자자문 사장은 “외국인이 이날 671억원 순매수였지만 매수규모가 3555억원(매도 2884억원)에 머물렀다”며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약해 주가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국내의 자생적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큰폭의 상승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 눈치보기는 여전,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현대자동차에 초점
외국인은 이날 주가지수옵션 시장에서 풋옵션을 4556계약, 콜옵션을 817계약 순매도했다. 풋옵션도 팔고 콜옵션도 판 것은 지수가 큰폭의 하락이나 상승 없이 박스권을 예상한 투자전략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이 주가지수선물을 4796계약이나 순매수하면서도 현물에선 겨우 671억원 순매수에 그친 것도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 부장은 “삼성전자 등 우량주의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감은 발표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외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아 큰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앞으로의 시장 중심은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봉차트가 흐트러지지 않은 업종 대표주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전강후약, 총선 이후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