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아차 광주공장 "평온속 불안감 고조"
[광주=원정호 기자]
채용비리 사건에 휘말려 있는 기아자동차 위로 하얀 함박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사건이 터진 지 일주일이 채 안된 25일.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비리 관련 뉴스 속에서도 기아차는 모처럼 쏟아지는 눈속에 평온함을 되찾고 있는 듯 했다.
트럭들이 눈발을 헤치며 공장 문을 통해 원부자재를 부지런히 나르고 있었고 생산라인은 쉬지 않고 완성차를 쏟아내고 있었다.
기아차의 생산은 멈춤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최대 인기 차종인 스포티지는 월초 일평균 230대 계약에서 지난 24일에는 280대로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22일에는 스포티지 라인의 2공장과 봉고버스를 생산하는 1공장에서 주야 8시간씩 총 16시간의 특근을 했다고 한다. 광주공장은 이달 들어 22일까지 누계 생산량이 1만8710대로 목표를 308대 초과달성했다. 비리 사건에도 불구하고 기아차의 생산 동맥은 건재했다.
기아차 광주공장 임직원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미래 발전을 향한 의지를 놓지 않고 있었다. 이달초 부임한 최종길 공장장은 이날 공장에 ‘광주공장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호소문을 통해 “동요하지 말고 해왔던 대로 현장에서 일하자"며 직원들을 다잡았다. 최 공장장은 또 과장급 이상 공장간부 대상의 특별정신교육에서 품질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완벽한 품질만이 신뢰 회복의 길이니 다 함께 힘을 모아 완벽 품질 실현으로 신뢰회복에 앞장서자”고 독려했다.
하지만 비리사건 여파는 직원들을 크게 뒤흔들고 있었다. 한 생산직 직원은 "워낙 사건이 커지다 보니 공장내에서는 공개적인 자리에 서 함부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며 "친한 사람끼리 모여서 걱정하며 사태 추의가 어떻게 진행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며 조심스레 바람을 내비쳤다.
특히 지난해 신규 입사자의 경우 좌불안석이라는 전언이다. 비리에 연루돼 채용이 취소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사실상 광주공장에 취업한 입사자들 모두 음으로 양으로 돈이나 ‘빽’을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입소문이 공공연히 나돌면서 숨죽인 채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 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노조가 투쟁 중심에서 조합주의로 흐르면서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라며 “차제에 철저한 반성과 함께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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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집중 성토에 대한 불만도 만만찮았다. 기아차 노조 광주공장의 한 노조 고위 간부는 “현대중공업, LG정유에 이어 강성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도덕성을 무기로 기아차 노조를 겨눴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또 “개인의 금품수수 비리이지 조직적 비리는 아니다. 안전사고를 염려해 라인 가동을 일시 중지한 것을 노조의 실력행사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노사간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한 채용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자숙의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광주지역 민심 역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 택시 기사는 “기아차에 돈 주고 들어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광주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일”이라며 “수능비리에 이어 채용비리까지 겹치며 광주가 ‘비리의 도시’로 외부에 비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