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행정도시 보상절차 앞둔 연기·공주 표정

[르포]행정도시 보상절차 앞둔 연기·공주 표정

대전=최태영 기자
2005.06.27 09:00

[르포]행정도시 보상절차 앞둔 연기·공주 표정

“공시지가 기준에 따른 보상 원칙에 결사반대합니다. 최근 마을 주민 200여명이 모여 7월까지 토지공사의 현장실사를 거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6일 연기군 남면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현실에 비해 낮은 수준의 보상액으로는 절대 정부에 땅을 내놓을 수 없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연기.공주의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보상 절차를 앞두고 최근 주민들은 부동산가격 등락보다는 정부의 보상가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보상금액만으로 주변 지역의 대체토지조차 취득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예정지역 전답은 평당 15만원 수준이지만 주변지역은 35만원정도로 땅값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주민들 대부분은 보상을 통한 대토 취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보상을 노린 신축 건물들도 생겼다. 논.밭 한가운데 수목 식재도 늘어나고 있다. 연기군 서면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보상을 노린 불법 건축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대부분 토지를 소유한 외지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 보상 현실화, 7월까지 ‘실사거부’=이날 남면 종촌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난 23일 남면 종촌리 주민들이 모여 우선 7월 말까지 실사를 거부하기로 한 뒤 8월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상이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남면사무소 인근 점포 문 앞에는 ‘실사거부’라는 표지가 붙어있었다. 이런 문구가 새겨진 ‘검은 색 리본’을 왼쪽 가슴에 부착한 주민들도 어렵사리 찾아 볼 수 있었다. “리본 800여개를 제작해 주민들에게 배포했다”고 한 주민은 전했다. 종촌리 황인항(60)씨는 “단순 보상 차원에서 목숨 같은 땅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도 연기 남면 10개리는 물론 동면, 금남면과 공주 장기면 등 주민 1000여명은 남면 연양초에서 모여 주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도 벌였었다. 남면 주민보상대책위원회 임백수 위원장은 “생명의 터전을 지키는 데 최소한 실비 보상은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상 목적 건축물, 수목 식재=행정도시 전체 면적(2212만평)의 57%를 차지하는 연기군 남면에선 보상 목적의 건축물들도 상당수 들어섰다. 연기군 남면 송담리 논 한가운데서는 연면적 100평과 90평짜리 상가(슈퍼 등) 2개동 신축 공사가 활발히 진행중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형질변경을 통해 상가를 짓고 있다”면서 “토지주는 대전에 거주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위헌 결정 이후 개발행위 제한 등의 모든 규제가 풀리자 토지 용도를 바꾼 것 같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보상용 주택’의 신축은 지난 3월 2일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특별법이 통과된 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 중개업자는 전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경제조사팀 박원용 차장은 “면소재지 등에는 영업권 확보를 위해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인테리어 가게,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신규 개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 마당은 물론 논에서는 수목 식재도 이뤄지고 있다. 공주시 장기면 당암리 주민은 “어느 날 논 한 귀퉁이에 40~5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며 “보상을 노린 것 아니겠냐”며 혀를 찼다.

◇부동산 거래 한산=예정지역은 지가변동이 없고 거래마저 전면 중단된 분위기다. 농림지역에 저가 매물만 일부 나오지만 매수자는 전무하다. 외지인의 매수 문의는 뚝 끊겼다.

주변지역도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다만 호가만 상승하는 추세다. 연기 서면 태양부동산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거래가 성사된 가격보다 저렴하게 내놓았던 매물을 회수한 뒤 가격을 올려 재출회하면서 매도호가만 소폭 상승세”라며 “거래는 현저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 및 충북 청원군의 9개면(6769만평)에 걸쳐 지정된 주변지역도 이미 시.군에서 거래 시 매수자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각종 규제에 각 지자체의 단속 등으로 거래는 한산하다.

한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본부는 이달부터 오는 8월까지, 토지 및 물건 기본조사, 9월까지 보상계획 공고 및 토지.물건조서 열람, 11월까지 감정평가를 거쳐 12월 용지 보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건설본부 배판덕 사업단장은 “구체적인 보상기준은 밝힐 수 없다”면서 “현지 주민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되 투기성 수요는 어떠한 혜택도 주어지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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