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구권 중소도시 ‘한국차 특수’

[르포]동구권 중소도시 ‘한국차 특수’

질리나(슬로바키아)=이진우 기자
2007.04.24 17:00

질리나, 오스트라바 대규모 고용창출·경제발전 “고마워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슬로바키아 질리나시.

인구 8만명의 슬로바키아 3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히지만 차창 밖으로 내다 본 풍경은 아직 때가 덜 탄 소박한 모습이다.

하지만 도시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모르게 활력이 넘쳐 보인다. 호텔 등 숙박시설과 아파트, 사무실 등의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는 현장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외국인, 특히 한국사람을 대상으로 한 식당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아닌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다. 슬로바키아 외곽의 조용한 시골도시였던 질리나시에 기아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동유럽 곳곳에서 근로자들이 대거 몰려 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현대모비스 등 30여곳에 달하는 협력사 관계자들도 업무차 수시로 이 곳을 드나들고 있다. 특히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이 열린 24일(현지시간)에는 양국의 정관계 주요인사와 취재진 등 1500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모습이다.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조립라인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조립라인

더딘 경제발전에다 별다른 일거리가 없어 높은 실업률에 시달려 왔던 동구권의 한 중소도시가 ‘현대·기아차 특수’를 누리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는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지난 2004년 첫 삽을 뜬 이후 지금까지 2300여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했다. 부품 협력업체 등 관련 분야(6000명)까지 합치면 총 8300여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해 냈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조립공장에서 근무하는 에바 야나쇼바씨(21·여)는 “기아차는 2~3년 전부터 슬로바키아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으로 소개가 많이 됐다”며 “기아차에서 일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모두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배인규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장(부사장)은 “올해 슬로바키아 총생산(GDP)의 4.6%에 달하는 15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현지에서는 슬로바키아 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슬로바키아 정부로부터도 극진한 ‘귀빈 대접’을 받고 있다. 질리나시는 기아차 공장을 위해 체코 프라하에서 질리나로 이어지는 항공편은 물론 공장 앞으로 지나는 고속도로까지 만들어줬다.

이 곳에서 차로 2시간 내에 도착하는 거리(87km)에 있는 체코 오스트라바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시 인근 노소비체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현대차 체코 공장이 들어서면서 대규모 고용창출 등 ‘한국차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곳에는 인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외에도 총 14개의 한국 부품업체들이 대거 진출하게 된다. 현대차는 체코공장 설립으로 생산과 직접 관련된 인원 3500여명과 협력업체 고용인원 4000명을 포함 총 7500여명의 대규모 고용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마르틴 지만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은 “글로벌 상위메이커로 도약하고 있는 현대차 유럽공장을 체코에 갖게 된 것은 매우 큰 행운”이라며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와 고용창출은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중부유럽의 경제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는 체코 경제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현대차 체코공장 유치를 통해 얻게 될 지역사회 및 국가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담겨 있다. 체코정부가 현대차 공장유치를 위해 총 투자비의 15%에 달하는 인센티브, 교육비 35%, 철도 및 도로건설 등 다양한 지원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억조 현대차 체코생산법인장(부사장)은 “주 정부가 질리나와 오스트라바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나서고,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등 지원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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