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종, 국제중재 부문에서 '벤자민 휴스 효과'

법무법인 세종, 국제중재 부문에서 '벤자민 휴스 효과'

황은재 기자
2010.09.01 10:37

셔먼앤스털링 출신 국제중재전문 변호사.."세종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뿐"

더벨|이 기사는 08월27일(11:41)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의 힘은 '맨파워(Man Power)'에서 나온다. 맨파워는 다시 조직을 굳게 성장시키는 힘이 된다.

지난해 11월 벤자민 휴스(Benjamin Hughes) 미국 변호사가 법무법인 세종에 합류한 이후 중재 분야에서 세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세종은 지난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법조전문지인 ALB(Asian Legal Business)로 부터 '중재·분쟁 해결 분야에서 선도적인 한국 로펌'으로 뽑혔다.

또 세종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WTO 관련 외부자문 로펌으로 선정됐다. 그가 온 이후 세종은 건당 수천만달러 달하는 굵직한 사건들을 잇따라 수임했다.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내·외부의 평가는 벤자민 변호사 영입효과를 꼽았다.

국제 중재 분야는 법률시장에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다. 국경을 넘어선 거래가 급증하고 경제 단위의 전 지구화,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으로 국가간, 기업간 분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에 영입되기 전 벤자민 변호사는 셔먼앤스털링(Shearman & Sterling)에 근무했다. 챔버스 글로벌(Chambers Global)이 2006년과 2008년에 국제중재분야 1위로 선정한 로펌이다. 벤자민 변호사는 셔먼앤스털링에서 손꼽는 국재중재 전문 변호사였다.

그가 세종으로 옮긴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 중재분야 종사자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정말이냐, 왜 세종이냐"며 놀라워 했다.

사실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부인이 한국 사람이고, 아이는 영어보다 한국말을 더 잘한다. 1990년대 후반 제주도에 잠시 영어를 가르치러 온 것을 계기로 한국을 알게 됐다. 이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 진학해 법제사를 연구했다.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지만 지도교수의 조언에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 로스쿨을 거쳤다. 이후 라탐와킨슨(Latham & Watkins)과 셔먼앤스털링에서 일했다.

2005년, 법무법인 김&장에 합류하면서 한국 로펌과 연을 맺었다. 2007년, 다시 셔먼앤스털링으로 돌아갔지만 그때도 "한국에 다시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2년 후 예감대로 한국에 돌아왔지만 김&장이 아닌 세종을 택했다. 세종과 중재사건을 함께 맡으면서 세종 변호사들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좋은 인상이란 곧 훌륭한 실력을 말한다. 그는 "세종뿐 아니라 한국이 국제중재 분야에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세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세종에게 벤자민 변호사 영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제중재 분야의 변호사 2명이 1년동안 꼬박 공을 들였다. 현재 국제중재팀을 이끌고 있는 김두식 변호사와 김범수 변호사는 벤자민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한국행을 결정하자 이번엔 가족이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한국 로펌들의 실력을 물었다. 그는 "국내 3대 로펌은 글로벌 로펌과 경쟁하고 있다. 현재 세종이 진행 중인 9건의 중재 사건 중 한 건을 제외하면 상대 로펌이 미국이나 영국, 스위스 등에 있는 대형 로펌이다"며 "법률시장이 개방돼도 한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이 프리미엄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로펌들에 비하면 한국 변호사들은 경험 면에서는 부족한 게 있지만 많이 배우고, 배운 것을 다시 적용해 포기할 줄 모른다"고 덧붙였다. 세종에서 그는 동료 변호사들에게는 엄한 선생님으로 통한다. 일을 할 때는 철저하게, 프로답게, 흠결없이 처리해야만 고객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훌륭한 중재자는 이기는 게 아니라 '손을 맞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기업과 미국 기업이 기계 시설 도입을 놓고 분쟁이 벌어졌다. 미국 기업을 대리한 로펌은 원만한 합의보다는 중재 판결 쪽으로 사건을 몰아갔다. 합의에서 중재로 넘어갈 경우 로펌은 더 많은 수임료를 챙길 수 있다.

벤자민 변호사는 합의를 고집했다. 그는 "중재까지 갔어도 충분히 이겼을 사건이었지만, 이기고 지냐에 관계없이 기업 활동이 타격을 받게 된다"며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최선이다"고 소신을 펼쳤다.

이 사건은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국내 회사가 분쟁 상대방인 미국 회사의 기계 설비를 더 구매하고 미국 회사는 가격을 할인해주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거래 관계도 이전처럼 유지됐다. 기계 구입 할인 금액이 변호 비용의 3배에 달해 국내 기업은 눈에 보이는 실리까지 챙겼다. 갈등 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바꿔주는 게 최선의 해결책임을 보여줬다.

그는 "최고의 중재는 의뢰인을 만족시키고, 분쟁당사자가 지긋지긋한 분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목표를 묻자 "우리 식구들(세종) 밥 먹고 사는 것"이라며 웃었다.

'밥'이란 세종이 분쟁 및 중재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동료변호사들과 매월 1회 노하우를 나누고 수시로 그가 축적했던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뿐"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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