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12월15일(09:56)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최근 증권거래소 고위 임원은 한 모임에서 “벤처캐피탈이 상환전환 우선주를 인수하는 것은 대부업체가 하는 짓과 다를 바가 없다”고 일갈했다. 당시 그의 앞에 앉아있던 벤처캐피탈 대표들의 얼굴이 일그러졌음은 물론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흥분하며 상환전환 우선주를 비판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환전환우선주란 회사채와 전환사채(CB)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우선주를 말한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발행가액 5000원에 상환전환우선주 100주를 발행하고 이를 B라는 벤처캐피탈이 전량 인수했다고 가정하자.
이 상환전환우선주는 발행일로부터 3년째 되는 날부터 회사채처럼 상환 청구를 할 수 있다. 상환가액은 발행가격에 연복리 10%를 가산한 금액이다. 단, 같은 기간 지급된 배당금은 차감해 계산한다. 만약 B가 3년째 되는 날 상환을 청구한다면 상환가액은 6050원이 된다. 4년째는 6655원, 5년째는 7320.5원이 된다.
또한 이 상환전환우선주는 발행 이후 5년째 되는 날 이전까지 언제든지 CB처럼 보통주 전환이 가능하다. 전환가액은 최초 발행가액인 5000원이다.
상환전환우선주를 주로 발행하는 곳은 비상장사 혹은 벤처기업들이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나 CB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다. 즉, 높은 투자 위험을 상쇄하는 동시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다소 유리한 조건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것이다. 한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신용도가 낮으면 그만큼의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얼핏 보기에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받은 B는 A가 망하지 않는 이상 손해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소 고위 임원이 흥분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추정컨대 그는 A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수익을 챙겨가는 B의 모습에서 대부업체를 연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B의 상환 청구는 A가 이익잉여금이 있어야 한다는 가정 하에서 이뤄진다. 이익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B가 상환 청구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A가 IPO에 실패한다면 B의 보통주 전환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욱이 상환전환우선주의 시초는 국내가 아닌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들이 상환전환우선주 투자를 시작했다. 그들은 상환전환우선주에 전환가액 조정(refixing) 조항까지 첨부한다고 한다.
투자 기업의 경영이 부진할 경우 리픽싱을 통해 보유 주식 수를 늘려 해당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다. 이후 벤처캐피탈이 전문 경영인을 파견해 직접 경영까지 한다. 국내 벤처캐피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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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에서는 미국의 금융기법과 파생상품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상환전환우선주 역시 마찬가지가 되어야 할 텐데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증권거래소 고위 임원의 말투를 되새겨보면 벤처캐피탈에 대한 편견이 개입된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증권사나 은행이 상환전환우선주를 적극적으로 인수했다면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느 벤처캐피탈 대표의 말처럼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벤처캐피탈을 수익만 쫓는 고리 사채업자로 보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하다는 느낌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