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국인 바이어, 마음을 잡아라

[기고]외국인 바이어, 마음을 잡아라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
2011.08.09 10:10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못먹는단 것도 몰랐단 말이오? 맙소사…."

최근 인기리에 첫 방영을 마친 '여인의 향기'. 극중에서 여행사 직원으로 등장한 주인공 이연재(김선아 역)는 외국인 VIP 부부의 관광을 가이드하다 호된 곤욕을 치른다. 세계적 음악가인 무슬림 손님 윌슨의 마음을 잡기 위해 할랄 의식을 거친 닭을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힘들게 여기저기 발로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결국 손님의 마음잡기에 실패한 그녀.

방송을 보면서 참 까다로운 사람 만나서 고생하네 싶은 사람도 많았겠지만 평소 외국인 바이어 접대가 많은 사람들에겐 실로 공감가는 장면으로 다가왔으리라.

실제 외국인 VIP 의전관광을 하다보면 웃지 못할 일이 많이 생기곤 한다. 한 번은 모 카지노 부호가 방한했는데, 단 며칠 묵게 될 한국 일류호텔의 화장실을 본인만을 위한 새 비데로 전부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려 어르고 달래는 과정을 거치는데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또 어떤 VIP는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레스토랑에서 당일 동시간대에 해당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신상을 모두 파악해달라고 해 등골을 서늘하게 한 적도 있다.

이처럼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상황상황에서 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의전관광의 세계다.

초기에 외국인 VIP 의전관광이라는 분야에 발을 디딜 때는 '여인의 향기'의 극중 이연재처럼 시행착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4만여명에 달하는 각국 정상 및 유명인 등 외국인 의전관광을 경험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버린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도 이제 방한 외국인 1000만 시대 돌파, G20에 이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 외국인 손님맞이가 갈수록 많아지는 시점이다.

때문에 외국인 의전관광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이 보다 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해외 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늘어나고는 있다고 하나 아직까지 업계를 돌아보면 나라별, 성향별로 외국인 손님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몰라 혼란을 겪는 일이 다반사이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까다로운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은 단지 그 나라의 말을 잘해서도, 친절하기만 해서도 안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자.

상대방이 어떤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그가 가진 종교는 어떠하며, 그의 사생활은 또한 어떠한지, 심지어는 그를 만나는 날의 날씨와 습도, 또 그날의 총이동거리까지 크고 작은 관심과 배려가 VIP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공항 영접부터 숙소, 식사, 차량, 심지어 이동 중 오고가는 대화의 스킬까지 모두가 맞이하고자 하는 손님의 취향과 비위에 맞게 꼭 들어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이러한 손님맞이에 대한 노력은 곧 우리가 얻고자 하는 사업 성과나 국가적 목표 달성에 크게 조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부문의 경우 민간기업들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일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제고, 외국인들이 바라본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결국 이와 같은 작은 배려와 준비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까다로운 외국인일수록 오차 없이 준비된 의전에는 약하다. 앞으로 보다 확대될 외국인 방한 시대를 앞두고 까다로운 외국인 바이어를 사로잡을 수 있는 보다 성숙하고 노련한 의전관광 준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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