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인 20년물 원금 국채 첫 매입

단독 외국인 20년물 원금 국채 첫 매입

임상연 기자
2012.01.30 12:04

중남미 조세피난처 자금 2700억 매수.."초장기물 매수 이례적..해외 연기금 유입 신호탄"

중남미 지역 조세피난처에서 2700억원 규모의 국내 20년물 국채를 사들여 관심이 집중된다. 외국계 자금이 장외에서 천억원이 넘는 20년물 국채를 사들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에 매수한 20년물 국채는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매매할 수 있는 스트립채권으로 외국인은 처음으로 원금 채권만 사들였다.

채권전문가들은 자금출처가 조세피난처이지만 이번 20년물 국채가 스트립채권이라는 점, 잔존만기가 초장기라는 점, 거래량이 극히 적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단순한 핫머니가 아닌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 연기금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5~26일 이틀간 외국인은 총 2700억원의 20년물 국채인 '원금0278-3112'를 매수했다.

만기가 2031년 12월10일인 이 국채는 지난해 12월26일(1조500억원)과 지난 25일(8500억원) 통합발행된 것으로 총 발행물량은 1조9000억원이다. 전체 발행물량의 14% 가량을 외국인이 사들인 것.

특히 외국인은 쿠폰(이자)을 제외한 원금채권만 1190억원(거래대금 기준)에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20년물 국채의 원금부분만 떼어내 사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액면대비 55% 정도 할인하고 매수한 셈이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20년물 국채를 매수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스트립채권의 원금부분만 사들인 것은 처음"이라며 "할인율을 연 환산 이자율로 계산하면 4% 정도로 20년물 국채 이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번 20년물 국채를 매수한 곳은 중남미 지역 조세피난처 자금으로 확인됐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중남미 지역 조세피난처에 있는 펀드가 매수했다"며 "20년물이라는 점으로 봐서는 단순한 핫머니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채권전문가들은 이번 20년물 국채를 사들인 외국인이 해외 연기금일 것으로 추축하고 있다. 증권사 한 채권영업 부장은 "통상 외국인들은 거래가 용인한 3~10년물 채권을 주로 거래한다"며 "스트립채권 특히 거래가 별로 없는 원금부분만 사들였다는 것은 장기투자 자금으로 해외 연기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정혜 연구원도 "20년물 원금채권을 단순하게 딜링용으로 사들였다고 생각하기 힘들다"며 "자산 듀레이션 장기화를 바라는 퇴직연금 등과 같은 해외 장기투자 자금이 매도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만기상환 목적으로 매수했다고 보는게 맞다"고 밝혔다.

채권전문가들은 국내 채권, 특히 20년물과 같은 초장기 채권에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내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진데다 금리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10년물 국채는 3.8%대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인도네시안(5.50%)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홍 연구원은 "한국의 10년물 금리는 3.82%로 이탈리아를 제외한 G7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더욱이 재정건전성을 감안해보면 매우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 보험사의 자산증가 속도가 안정적인 궤도에 재진입하는 등 장기자금은 증가하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의 장기국채가 감소하고 있어 이들 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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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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