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원금채권 사들여… "글로벌 장기투자 자금 유입 신호탄"
아시아 최대 보험사인 AIA(American International Assurance)가 2500억원 규모의 국내 20년물 국채를 매수했다. 외국인이 장외에서 천억원이 넘는 20년물 국채를 매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에 매수한 20년물 국채는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매매할 수 있는 스트립채권으로 AIA는 외국인 중 처음으로 원금 채권만 사들였다.
◆다국적 보험사 AIA, 20년물 국채 대거 매입
30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5~26일 이틀간 총 2700억원의 20년물 국채인 '원금0278-3112'를 매수했다. 이중 2500억원은 AIA가 국내 대형증권사를 통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만기가 2031년 12월10일인 이 국채는 지난해 12월26일(1조502억원)과 지난 25일(9080억원) 통합발행된 것으로 총 발행물량은 1조9582억원이다. 전체 발행물량의 약 13% 가량을 AIA 한 곳에서 사들인 것.
특히 AIA는 쿠폰(이자)을 제외한 원금채권만 약 1190억원(거래대금 기준) 가량에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20년물 국채의 원금부분만 떼어내 사들인 것은 이번 AIA가 처음으로 액면대비 55% 정도 할인하고 매수한 셈이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20년물 국채를 매수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스트립채권의 원금부분만 사들인 것은 처음"이라며 "할인율을 연 환산 이자율로 계산하면 4% 정도로 20년물 국채 이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AIA는 이번 국채 매입을 위해 중남미 지역의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관계자는 "AIA가 중남미 지역 조세피난처에 설정된 펀드를 통해 매입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는 세금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험자금 성격상 단순한 핫머니가 아닌 장기투자 자금"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한 채권영업부장도 "통상 외국계 자금은 거래가 용이한 3년물 채권을 주로 거래한다"며 "글로벌 보험사가 스트립채권 특히 거래가 별로 없는 원금부분만 매수한 것은 만기상환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장기자금 국내 장기채 본격 유입되나
채권전문가들은 이번 AIA의 20년물 국채 매입을 해외 보험사와 연기금 등 글로벌 장기투자 자금의 본격적인 국내 장기물 투자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분석이다.
세계 채권시장의 '큰 손'인 해외 보험사와 연기금들이 미국과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선진국 장기채 투자매력이 감소하고, 공급도 줄어들자 아시아 이머징 특히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국내 채권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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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 10년물 국채는 3.8%대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인도네시아(5.50%)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홍정혜 연구원은 "한국의 10년물 금리는 3.82%로 이탈리아를 제외한 G7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더욱이 재정건전성을 감안해보면 매우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흔들렸던 해외 보험사들의 자산이 다시 안정적인 증가세를 그리고 있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신용강등으로 인해 장기국채 공급은 감소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장기물에 대한 외국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30년물 국채 발행 계획도 외국인의 국내 장기채권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매달 4000억원 규모의 30년물 국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한 채권전문가는 "정부의 연간 국채발행 규모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30년물이 발행되면 20년물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정부가 30년물 발행계획을 발표한 것이 20년물 수급에 호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신영증권에 따르면 현재 20년물 국채 발행물량은 총 47조7800억원으로 이중 외국인 보유 비중은 이번 원금채권 매수금액(2700억원)까지 포함해 1.5%(7335억원)에 그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