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기관 '불편한 동거' 언제 끝나나

[내일의전략]외인·기관 '불편한 동거' 언제 끝나나

박희진 기자
2012.02.14 17:27

연초부터 불어 닥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열풍으로 주식 시장이 단기 급등하며 코스피 2000시대를 열었다.

지난 한해 8조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올 들어 한 달 반 만에 지난해 순매도 금액을 뛰어넘는 9조원 가량의 주식을 쓸어 담았다.

반면 또 다른 '큰손'인 기관은 연일 매도세를 보이며 증시의 두 핵심 수급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외국인 주도의 유동성 장세인 만큼 주가 2000시대에 기관의 적극적인 추격 매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주가가 조정을 받아야 투신과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 증시의 '레벨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인 '폭풍 매수' vs 기관 '지속 매도'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인은 9조471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1조468억원 순매도했다. 기관 순매도의 주역은 투신(자산운용)과 연기금. 투신은 주식형 펀드의 환매 압력으로 올 들어 1조9363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연기금도 9641억원 순매도했다. 종금·저축도 409억원 순매도했다.

투신, 연기금, 종금·저축을 제외한 증권·선물(7554억), 보험(5948억), 사모펀드(2831억), 은행(2611억)은 일제히 순매수에 동참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중 가장 큰 손인 투신과 연기금의 매도 공세에 기관 투자자 합계는 1조468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흐름은 지난해 급락장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8월 이후부터 투자자 매매 동향과는 180도 다르다. 증시 급락의 주범인 외국인이 패닉에 가까운 '셀 코리아'에 나섰던 것과 달리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 큰손은 주식을 사들여 급락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외국인은 지난 8월 이후 5개월간 7조2732억원 순매도했다. 기관은 11조3269억원 순매수했다. 이중 연기금은 9조원 가량, 투신은 1조9003억원 순매수했다.

◇펀드 환매 러시, 언제까지

이달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 시행되고 미국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유동성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 2000시대에 기관의 추격 매수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난해 급락장 이후 수익률 하락으로 발목이 묶인 펀드 투자자들이 최근 단기 급등장에 맞춰 환매에 대거 나서고 있기 때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ETF 제외)의 연초 후 순자금 유출액은 3조5500억원에 달한다. 1월에만 2조7300억원이 유출됐고 이달 들어서도 8200억원이 추가로 빠져나갔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펀드 환매 물량은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수준"이라며 "기관이 매수에 나서기 위해서는 주가가 박스권 고점을 뚫거나 1900선으로 조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시 '구원투수' 국민연금, 올해는

지난해 급락장에 대거 '저가매수'에 나선 국민연금도 올 들어 외국인이 끌어올린 지수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상승폭이 컸던 종목에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매도세는 지수 전망에 따른 매도세가 아닌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일 뿐 향후 주식에 대한 투자 여력은 더 높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자산 규모는 348조원으로 이중 18%에 해당되는 6조2640억원 가량을 주식에 투자했다. 올해는 주식 비중을 19.3%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자산 규모도 올해 396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총 주식투자금액은 7조6428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난해 급락장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 위주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해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올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향후 1조~2조원 가량 더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기금은 지수를 방어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현재 2000선에서 적극적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그간 많이 오른 종목에 대해서는 차익실현을 나며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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