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소송전..장녀 "이미 끝난 일", 차녀 "내몫 달라"

삼성가 소송전..장녀 "이미 끝난 일", 차녀 "내몫 달라"

김태은 기자, 오수현
2012.02.28 17:55

5녀 신세계 이명희 회장 "참여안할 것.."

↑고 이병철 삼성 회장(사진 오른쪽부터)이 1985년 가족 여행에서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 차녀인 이숙희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호암탄생 100년 기념집 '담담여수' 중
↑고 이병철 삼성 회장(사진 오른쪽부터)이 1985년 가족 여행에서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 차녀인 이숙희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호암탄생 100년 기념집 '담담여수' 중

고 이병철 삼성 회장 사후 25년이 지나 다시 벌어진 삼성가 2세들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차녀인 이숙희씨가 장남인 이맹희씨에 동조해 소송에 가세한 반면 장녀 이인희 한솔제지 고문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소송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소송에 동참할 일은 없다면서도 공식적인 의사표명은 않고 있다.

이숙희씨가 28일 소송전에 나선 것은 이맹희씨처럼 과거 삼성그룹 경영과 재산분배에서 철저히 배제된 만큼 지금이라도 정당한 상속권을 행사할 권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맹희씨가 후계자 수업 중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눈밖에 났다면 이숙희씨는 삼성과 경쟁하던 LG가 출신인 남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LG그룹 경영전면에 나선 것이 원인이 됐다.

당초 구자학 회장은 1957년 이숙희씨와 결혼한 직후 본가인 LG가 아닌 처가인 삼성에서 경영 일선에 나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제일제당과 동양TV 등에서 말단사원부터 시작해 이병철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

1971년 이맹희씨기 삼성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지워지면서 구 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이병철 회장은 1973년 삼성이 처음 시도한 호텔사업을 사위인 구 회장에게 맡겼다. 호텔신라의 초대 사장으로 선임된 구 회장은 이듬해인 1974년 에버랜드의 전신인 중앙개발의 대표이사까지 겸임하며 삼성가에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하면서 시작된 삼성과 LG 간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르면서 구 회장은 삼성과 LG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했다. LG가 추진하려다 미룬 반도체 사업에 삼성이 전격적으로 뛰어들자 LG그룹은 삼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구 회장에게도 돌아올 것을 종용했다. 결국 1976년 구 회장은 삼성에서 맡고 있는 모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1980년 주식회사 럭키의 사장으로 LG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1980~90년대 반도체 산업 등에서 이건희 회장이 이끄는 삼성과 차열한 경쟁을 펼쳤다. 1999년 그룹 구조조정 일환으로 LG반도체를 매각한 이후 외식사업인 아워홈을 맡아 LG그룹에서 독립해 사업을 일궈왔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패인 감정의 골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에버랜드 급식사업을 맡아 아워홈을 바짝 추격하면서 3세들 간에도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희 고문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가장 먼저 상속 재산을 확정받았다는 점에서 입장이 전혀 다르다.

이인희 고문의 남편 조운해씨가 의사인 점을 고려해 이병철 회장이 일찌감치 삼성 계열사인 고려병원 원장을 맡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인희 고문에게도 생전에 전주제지(현 한솔제지)와 호텔신라 지분을 줬다. 이인희 고문은 경영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호텔신라 고문직을 유지했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후에는 전주제지 주식 8만여주를 추가로 물려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그룹 분리 작업을 통해 1989년 한솔그룹으로 독립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역시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에 버금가는 계열사 주식을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상속문제를 재론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이맹희씨와 이숙희씨가 제기한 소송의 추이에 따라 다른 형제들이 소송에 가담할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이다. 그룹 분리 과정에서 제 몫을 다 받지 못했다는 해묵은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맹희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병철 회장이 이인희 고문에게 한솔제지와 호텔신라를 남겼음에도 이건희 회장이 호텔신라를 뺏었다고 주장했다. 이인희 고문은 1993년 자신의 보유한 호텔신라 지분을 삼성 측에 매각해 호텔신라를 넘겼다. 1994년에는 고려병원을 삼성에 넘겼다. 삼성측은 합의에 따른 계열분리 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서운한 감정이 쌓였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명희 회장은 상대적으로 이건희 회장과 마찰을 빚을 부분이 많지 않지만 삼성생명 지분정리 문제 등 잠재된 갈등요소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소송 참여 여부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맹희씨와 이숙희씨가 소송에서 이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상속권을 요구할 명분을 얻게 되기 때문에 굳이 나서지 않을 뿐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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