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대선株 광풍

[더벨]대선株 광풍

이승호 차장 (벤처투자팀장)
2012.06.21 08:03

[thebell deak]

더벨|이 기사는 06월18일(10:15)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정치부에 친한 후배가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질문의 핵심은 유력한 대선 후보들의 주요 일정이다. 그 후보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장소에서 어떤 주제로 강연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질문자는 대선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할 생각이 있건 없건 상관이 없다. 어떤 정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선 후보가 찾아가는 장소와 만나는 사람을 먼저 알아야 소위 '대선테마주'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여의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주요 대선 후보들의 이력서를 줄줄 외우고 다닌다. 친인척은 기본이고 해당 캠프에 합류했거나 예정된 인사의 출시지역과 출신 학교 뿐 아니라 그가 활동했던 동호회, 봉사단체, 사돈의 팔촌까지 가능한 모든 네크워크를 검색하고 있다.

# A씨는 누구나 아는 대선 후보의 친인척이다. 최근 A씨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직업 특성상 기업들로부터 법률자문역 의뢰가 부쩍 늘었다. 선급금은 기본이다. 계약시 사진 한방이면 모든 것이 끝날 정도다. 해당 기업은 법률자문역 계약 사실을 자연스럽게 홍보한다.

# B씨는 전직 대통령의 참모였다. 정권이 바뀐 후 그는 하는 일 없이 야인 생활을 했다. 어느 누구도 그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본인도 굳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B씨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 유력 대선 후보와 정치적 동지라는 해석이 내려지면서 그와 연을 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와 친한 인사들이 상장사 임원으로 영입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 최근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테마중에 단연 손에 꼽히는 것은 정치테마주(株), 곧 대선주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이들 대선주들은 시장 벤치마크를 뛰어넘는 저력을 보였다. 의도를 가지고 대선주 테마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대선 레이스 일정에 맞춰 준비한 카드가 많은 만큼 '기대해 보라'는 신호를 시장에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

급등락을 벌이고 있는 대선주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특별조사반까지 꾸려 집중 단속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기새를 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에서 단타매매가 워낙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가조작 세력의 행위와 일반 투자자의 단타매매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득을 취하려는 측이 테마주를 의도적으로 형성했지만 나중에는 일반 투자자들끼리 서로 주고받으며 '폭탄 돌리기'가 진행되는 특성 때문이다.

문제는 대선테마주를 의도적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에게만 잘못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정치권 주변 인사들조차 주식시장을 일정 부분 이용하려는 속내가 있다.

주식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멀쩡한 회사들도 대선 테마주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어떤 회사는 유력 대선후보의 참모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특정 인사와 주선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기업의 펀더멘탈과 상관없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대선주들의 행보로 개인투자자들도 대선주를 분석하느라 밤낮이 없다. 모 증권사 시황분석 코너에는 역대 대선 일정과 주가지수 움직임을 대비해 매매시점을 알려주는 '쪽집게 과외'도 등장했다. 대선주 광풍이 몰아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주가 급등락의 끝은 항상 명확했다. 힘 없는 소액주주들의 참패다.

"주식은 중독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정치테마주는 마약 같은 존재다. 마약을 끊을 수 있겠는가" 30년 가까이 주식시장에서 일해 온 시황분석가의 말을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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