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부팜한농 IPO 포기…리파이낸싱 올인

[단독]동부팜한농 IPO 포기…리파이낸싱 올인

박준식 기자
2013.02.08 08:28

재무적 투자자 지분 12.5% 이자에 3500억 부담…새 투자자 없으면 경영권 매각

동부그룹이 다시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 2010년 동부하이텍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동부팜한농이 올해 계획한 IPO(기업공개)를 사실상 포기하면서 보다 큰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부팜한농은 하나대투증권에 맡겼던 IPO 계획을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접고 리파이낸싱이라는 이름으로 투자자 교체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6월 말까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면 경영권 지분까지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의지가 필사적이다. 시장에서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사태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부 고위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면밀히 검토했지만 시장 여건이 예상만큼 좋지 않아 기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IPO 시한(오는 6월 말)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며 "투자자들이 기한 연장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어 새로운 투자자 유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는 지난 2010년 동부하이텍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 동부팜한농 지분 78.32%를 3525억 원에 분산 매각했다. 18.42%는 동부 계열사(동부CNI, 동부인베스트먼트)와 오너 일가 2세가 책임졌고, 59.9%는 재무적 투자자들에 팔았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디에이제일차유한회사(37.77%)와 엔브이(NV)에퀴티펀드1호, 대신-흥국제일호 등으로 구성됐다.

동부팜한농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들은 약 60% 지분을 2700억 원 가량에 매입하면서 12.5%의 수익률을 동부로부터 보장받았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투자 기한 2년 반이 완료되는 오는 6월 말 동부에 약 3500억 원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동부가 이 콜옵션을 실행하지 못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은 동부가 가진 40% 경영권 지분을 강제로 포함해 자신들의 몫까지 100% 지분과 경영권을 제3자에게 매각(drag along)할 수 있다.

동부는 당초 재무적 투자자로 인한 부담을 덜기 위해 약속대로 IPO를 추진했다. 하나대투증권이 거래를 기획했고, 2분기까지 최소 30% 이상의 재무적 투자자 지분을 구주매각 형태로 매각해 경영권 몰취 부담을 없애려했다. 하지만 주식발행시장(ECM)의 반응은 차가웠다. 증권사들은 재무적 투자자 지분 60%를 모두 구주 매출한다고 해도 2000억 원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동부팜한농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480억 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이 회사는 적자를 냈고,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4분기에도 이익이 났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시한 내에 IPO를 통한 재무적 투자자 엑시트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판단한 동부는 최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들에 세컨더리 투자를 제안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국내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하나대투증권이 PEF 등을 구조화해 2010년에 투자한 가격 자체가 너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며 "동부가 거의 SOS 수준으로 투자를 요청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부는 최근 외국계 투자사들에 재무적 투자자 지분 일부라도 살 의향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며 "3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받아서 2~3년간 다시 업사이드(기업가치 상승을 통한 지분 차익)를 노릴 재무적 투자자는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동부가 동부하이텍의 반도체사업부문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를 계열사 지분 매각 등으로 돌파하는 것 같았지만 당시 임시로 조달한 급전이 더 큰 빚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근본 원인은 제조 계열사들의 사업적인 어려움에 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동부하이텍은 2007년 이후 7년째 손실을 내고 있다. 그룹의 뼈대라 할 수 있는 동부제철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008년 위기 당시 경영권 지분 매각을 타진했던 철강 계열 동부메탈의 경우 100% 지분을 기준으로 프랑스 에라메트가 1조원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먼 얘기다.

물론 동부가 수세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부는 지난 4일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 동부하이텍(500억원) 동부씨엔아이(150억원) 동부라이텍(50억원) 동부로봇(30억원)을 비롯해 비상장 계열사인 ㈜동부(50억원) 등을 끌어들이는 한편 동곡사회복지재단 산하 ㈜빌텍(200억원)과 삼동흥산㈜(150억원)을 우호적투자자로 참여시켰다. 김준기 회장도 계열사와 함께 250억원의 사재를 댔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앞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경영환경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과거 IMF(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이번에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시장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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