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투신, 15일부터 9일 간 1조434억 순매도…외인과 힘겨루기 장세

코스피 지수의 발목이 제대로 잡혔다. 지수가 2000만 넘으면 어김없이 토해내는 펀드 환매 물량이 주범이다.
코스피는 지난 4월 23일 2000.37을 찍은 이후 올 들어 총 13번 2000선(종가 기준)을 넘겼다. 하지만 안착을 시도할 때마다 펀드 환매라는 벽에 번번이 가로막힌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2000은 펀드 환매를 위한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투신, 9거래일 동안 1조원 이상 순매도=27일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보다 12.72포인트(0.63%) 내린 1997.63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20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3일 이후 10거래일만이다. 이날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기관이었다. 기관이 순매도 한 1129억원 중 투신의 펀드환매 규모가 1051억원. 기관이 파는 물량 대부분이 투신이었던 셈이다.
기관은 코스피가 2010에 도달한지 이틀째인 지난 15일부터 9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은 1조3899억원 어치 주식을 내다 팔았고 이 가운데 투신권 순매도 물량은 1조434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끌어올려 놓은 지수를 펀드 환매가 끌어내리는 현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지수가 2000(코스피 지수 월말 기준)을 넘었던 달 투신 순매도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예컨대 코스피가 2050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0월에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펀드 환매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수가 2000을 뚫었던 9월부터 따지면 투신은 두 달(9~10월) 간 총 5조6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이와 반대로 지수가 1800선 후반을 유지하던 지난해 6월에는 투신 순매수 물량만 1조6640억원에 달했다. 지수가 오를 기미를 보이면 투신권 순매도가 늘어나는 현상이 줄곧 반복된 것이다.
◇"펀드 환매 규모 축소" vs "그래도 아직…"=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는 기준 지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지수의 추가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동양증권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1700~2100선의 박스권에서 투자자들은 2000 이상이 되면 반사적으로 환매를 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펀드 환매 기준점은 지난 2009년 이후 꾸준히 높아졌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9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지수 상승 구간을 분석한 결과 펀드 환매 기준점이 1400→1600→1800으로 꾸준히 높아졌다"면서 "코스피가 2000 부근에만 가면 월간 2~3조원씩 쏟아내던 국내주식(ETF 제외)펀드의 환매는 지난 4월 1조5000억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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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환매 강도는 약해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환매 행진이 언제쯤 멈출지 예견하기 어렵다는 점은 여전한 걱정거리다. 일각에서는 지수가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보니 단기간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길원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 과장은 "코스피 2000에 도달했을 때 펀드 환매 물량이 속출하는 현상은 수년째 반복돼 오고 있다"며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되면서 수익을 가급적 빨리 실현하려는 심리도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