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투자노트]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해 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은 경험해봐야 배우고 현명한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고도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나는 어리석음과 평범함의 경계에 있는지 2∼3번은 경험해 보고 나서야 '아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깨달음을 간신히 얻을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껏 살며 경험해본 덕에 아이를 보면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인생의 지혜를 체득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10대를 지내온 만큼 10대 땐 어떻게 보내는 것이 미래에 더 낫다는 사실쯤은 이제 알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나 아이는 아이인지라 지금 자기가 아는 세계가 전부고 엄마가 하는 말은 다 잔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그 아이를 보면서 문득 나쁜 의미에서의 월급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월급쟁이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쭉 그랬다. 그러니 월급쟁이를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월급쟁이 마인드라는 것이 있다. 오너 사장은 온갖 권력을 다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지고 있고 매달 직원들 월급을 챙겨줘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 이런 사장 마인드와 받은 만큼 일하겠다는 월급쟁이 마인드는 다르다.
최근 4명이 저녁을 먹는 자리가 있었는데 3명이 월급쟁이, 한명이 자영업자였다. 그 자리에서도 아무리 작은 가계의 사장이라도 월급쟁이와는 마인드가 다르며 가장 큰 차이는 책임감인 것 같다는 얘기들을 나눴다. 평생 월급쟁이로 일하더라도 성공한 월급쟁이가 되려면 월급쟁이 마인드를 벗어나야 한다. 어떤 조직에서든 책임을 지는 만큼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와 갈등을 겪으며 느낀 월급쟁이 마인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일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최근 아이에게 듣는 가장 황당한 말은 "나 공부 안해"다. 공부를 협상의 조건으로 내거는 것이다. 공부는 자기를 위해 하는 것인데도 엄마, 아빠를 위해 공부해 준다는 사고방식이다. 나쁜 월급쟁이 마인도도 마찬가지다. 많은 월급쟁이들이 회사 일을 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해서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회사에, 혹은 오너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 하는 일과 남을 위해 해주는 일은 마음가짐부터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다. 평생 남 좋은 일만 해주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나 좋은 일을 하라.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회사를 옮기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둘째, 동료와 비교한다=게임에 빠진 아이가 몰래 PC방을 드나들다 들키면 전가의 보도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내 친구들은 나보다 게임 더 많이 해. 걔들도 그렇게 하는데 나는 왜 그만큼 못해?" "너보다 게임 많이 하는 친구 누구?"라고 하면 "대부분이 다 그래"라고 한다.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적당한 게임 시간이나 규율, 자신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 무조건 "남들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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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월급쟁이 마인드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월급과 다른 회사의 월급을 비교하고 회사 내에서도 자신이 받는 성과급과 남의 성과급을 비교한다. 월급과 복지제도가 직장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었다면 월급과 복지제도가 가장 좋은 회사를 애시당초 선택했어야 했다. 그 회사에 지원했다 떨어져 지금 회사로 왔다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금 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데 매진하는 것이 맞다. 회사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느냐에만 초점을 맞추면 된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일만 할뿐 찾아서 하진 않는다=아이는 학교와 다른 아이들 만큼의 학원에 다니는 것 딱 그만큼만 한다. 도대체 자기주도학습이란 가능한 것일까 의심조차 든다. 월급쟁이 중에서도 주어진 일만,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따박따박할 뿐 뭔가 새로운 일, 뭔가 새로운 방법,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일을 더 한다고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월급 받는 만큼만 적당히 일하는게 유리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피동적으로 일하는 습관이 굳어지면 평생을 피동적으로 살게 된다. 한번뿐인 인생, 길지 않은 젊은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 돈 받은 만큼만 일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주인으로 살 수 없다. 내 일이니 좀더 잘하겠다는 능동적인 사고를 해야 평생 월급쟁이를 하더라도 성공한 월급쟁이가 되고 훗날 퇴직해 자영업을 하더라도 이미 연습한 사장 마인드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