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코스피가 6%대 급락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울린 지 4거래일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중동 전쟁 격화로 인한 고유가·고금리·고물가의 삼중고 우려가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렸다.
2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5580.15로 출발했으나 장 마감 20여분을 남기고 5300선까지 미끄러졌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9시18분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이는 올해 6번째이자 이달 들어 4번째로 울린 매도 사이드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최후 통첩하자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이 유가와 증시에 확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 브렌트유가 110달러 부근에서 굳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주요국 중앙은행의 매파적 기조를 강화했다"며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 기대가 약화하면서 현금 보유 수요가 늘어났고, 이에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증권, 원전, 방산 등 현금화가 용이한 주도주·대형주를 중심으로 수익을 실현하려는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순매도가 동시에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와 수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AI(인공지능)칩 밀수출과 사법 리스크 여파로 대형주 중심의 약세를 보였다"며 "코스피 상승 종목 수는 55개를 밑돌며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한국거래소 기준)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6984억원, 3조816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도 역대 최대인 6조9984억을 순매수하며 맞대응에 나섰으나 코스피 하락을 방어하지 못했다.
코스피 전 업종이 하락했다. 오락·문화가 11%대, 증권과 의료·정밀기기가 8%대 급락했다. 금융은 7%대, 전기·가스, 전기·전자, 기계·장비, 운송·창고, 운송장비·부품, 화학은 6%대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HD현대중공업(502,000원 ▼57,000 -10.2%)이 10%대 주가가 떨어졌다. SK스퀘어(557,000원 ▼51,000 -8.39%), 두산에너빌리티(100,700원 ▼8,900 -8.12%)는 8% 이상 내렸다. SK하이닉스(933,000원 ▼74,000 -7.35%)는 7%대, 셀트리온(188,300원 ▼13,700 -6.78%), 삼성전자(186,300원 ▼13,100 -6.57%), KB금융(145,300원 ▼9,900 -6.38%), 현대차(485,000원 ▼32,000 -6.19%), 삼성생명(217,500원 ▼14,000 -6.05%)은 6%대 주가 하락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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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64.63포인트(5.56%) 내린 1096.89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608억원, 2003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4655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 업종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금융과 일반서비스가 7%대 급락했다. 비금속, 오락·문화, 화학, 기계·장비가 6%대 하락했다. 전기·전자, 운송장비·부품, 제조, 의료·정밀기기, 출판·매체복제는 5% 이상 미끄러졌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 에이비엘바이오(168,800원 ▼21,700 -11.39%)가 11%대, 리가켐바이오(191,700원 ▼21,300 -10%)가 10%대 약세를 나타냈다. 레인보우로보틱스(594,000원 ▼65,000 -9.86%)는 9% 이상, 코오롱티슈진(90,100원 ▼8,100 -8.25%)은 8% 이상 떨어졌다. 삼천당제약(941,000원 ▲34,000 +3.75%)은 3%대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6.7원 오른 1517.3원(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 예정된 미국 주요 지표 발표를 통해 중동 전쟁이 어떻게 경기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국내 증시에 고유한 이벤트가 없는 만큼 전쟁과 매크로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주가 민감도를 높게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스티븐 마이런 이사 등 주요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발언, 3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 이벤트가 중동 전쟁의 여파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는 재료"라고 내다봤다.
임 연구원도 "이번 주 증시는 미국 3월 잠정 PMI(구매자관리지수),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 주요 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동 리스크가 경기둔화 우려와 공포심리로 확산할지 여부가 핵심 변수"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 논의와 유가 흐름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